brunch

나 스윙 거의 완성

[깜언 골프 3]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by 안효원

“나 스윙 거의 완성.”


김차장이 베트남으로 떠나고, 골프 카톡방은 더 활발해졌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사장의 ‘ㅂㅅ’ 발언은 그 불에 기름을 부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휘둘렀다. 논에서 삽을 들고, 밭에서 고추 지지대를 들고, 그것도 없으면 길쭉한 것만 보이면 샤악! 그 결과 어느 정도 감이 왔고, 기쁜 마음에 ‘감히’ 김차장에게 ‘스윙의 완성’을 선언(?)했다.

‘스윙의 완성이라;;;’ 김차장은 당황했다. 인자한 성격의 그는 마음을 다잡고, ‘그래 필드에 나가 보자.’란 말로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골프채를 잡은 지 한 달도 안 된 내가 할 말은 아닌 듯싶었다. 또 마음에 불이 붙었다. 뭐야, 이 반응, 그래, 내가 증명해주마! 다음 날 자신만만 형님네 골프장에 갔다. 심호흡을 하고, 온몸에 힘을 주고, 힘차게 부웅! 아, 더럽게 안 맞는다!


이상하다. 이게 왜 안 맞지? 분명 내 머릿속에 그린 스윙은 아.름.다.운.데!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이게 아닌가? 의심의 뿌리가 내리자 점점 더 안 맞았다. 힘은 점점 들어가고, 안 쳐도 땀이 줄줄 흘렀다. 이건 분명 8월의 무더위 때문일 거야. 처음에 ‘안효원이 골프 금방 배우겠다.’고 한 형님이, ‘레슨을 받는 게 어때? 처음 폼이 잘못 굳어지면 더 힘들어.’라 말을 바꿨다.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운동 신경 좋은 남자. 비록 나이 마흔이 넘어 온몸에 안 쑤신 곳이 없지만, 어려서부터 사방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오징어 이상 등으로 운동 감각을 키워왔다. 고등학생 때는 점프 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사회인 야구를 하면서 공을 얼마나 많이 쳤는데, 아무리 작아도, 움직이지도 않는 공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할까. 긴 장마만큼 우울했다.


뭐가 문제인가 싶어 혼자 동영상을 찍었다. 또 이상하다. 머릿속에 그린 모습과 눈에 보이는 모습이 전혀 달랐다. 거기 있는 나는 그냥 막대기 휘두르는 뻣뻣한 아저씨.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남이 보는 나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김차장은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혹은 호들갑)이 얼마나 웃겼을까! ‘스윙 완성’, 2020년 내가 한 말 중 단연 최고의 개소리다. _ 안기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쥐구멍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