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레슨 VS 독학 골프
[깜언 골프 4]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누가 팔을 일직선으로 만들라 하는가!”
궁예가 아닌, 김차장이 한 말이다. 9월 중순, 내 마음은 조급했다. (배운 것도 없지만) 골프를 시작한 지 벌써 두 달, 당최 느는 것 같지가 않다. 처음이 중요하니, 프로 레슨을 받으라고들 해서 9월부터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거짓 예언자, 철없는 자들의 광복절 망국 집회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계획은 틀어졌다. 머릿속에 한 가지만 떠올랐다.
‘팔을 펴야 한다!’ 내 머리를 지배한 생각이다. 프로들 영상 보니, 우와, 팔이 쫙쫙! 구슬땀을 흘리며 영상을 찍어 골프 톡방에 올렸다. 김차장이 말했다. “백스윙할 때 조금 힘을 빼면 좋고, 40대 아마추어의 유연성으로는 불가능하고 필요도 없다.” 마흔의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란 웃픈 이야기. 팔에 쥐가 나도록 폈는데, 그럴 필요 없다니. 김차장의 진리가 나를 자유케 했다.
프로 레슨의 계획을 독학 골프로 급선회했다. 친구들과 재밌자고 시작한 골프, 그 과정에서 살이 좀 빠지면 개이득. 그런데 나는 어찌 빨리 잘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혔을까. 나는 태생적 순응주의자, 선생님이 시키면 덮어놓고 하는 스타일. 섣불리 레슨을 받았다면, 내 몸의 상태와 변화를 살피기보다, 타인의 말에 내 몸을 구겨 넣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내 몸을 보자!
인생의 절반에서 깨달은 게 있다. 의심하지 않는 자에게 자유는 없나니,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고 몸이요, 아는 만큼 아닌 걸은 만큼 인생이다. 앞으로 40년 칠(살) 골프(인생), 내 몸의 세미한 변화를 느끼며 즐겨야지. 그동안 살아온 것처럼 한 길로만 가기엔, 내 남은 인생이 너무 아깝다. 유목적 표류를 시작한 나에게 김차장은 책 한 권 건넸다. <골프 천재가 된 홍대리>
이렇게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에 ‘프로 레슨 김사장 VS 독학 골프 안기자’ 구도가 형성됐다. ‘김사장보다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흠칫 놀랐다. ‘더’ 잘하려면 ‘나’를 보지 못하고, ‘너’를 바라볼 터,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김사장은 당근마켓에서 골프채도 사주는 얼마나 좋은 골프(인생) 동반자인데. 굳이 만들자면, ‘어제 나 VS 오늘 나’로 하자! _ 안기자
<사진 제공: 베트남 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