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5]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똥싸나.”
<골프 천재가 된 홍대리>가 도착하고, 읽던 책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덮었다. 스윙이 맘처럼 안 돼 무거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홍대리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 쥐불놀이하듯이 돌리라니 어린 시절 떠올리며 스윙~. 삼세번, 이번엔 잘 될 거야, 스윙~. 부푼 가슴으로 영상을 올리니, 김차장은 그것을 배변활동으로 격하시켰다. ‘ㅂㅅ’보다 더 큰 충격~!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다. 자꾸 슬라이스(공이 밖으로 휘는 현상)가 나, 클럽(골프채) 헤드를 완전 비틀고 쳤다. 어깨너머로 배워 내 마음대로 하다, 결국 잘 될 거란 막연한 기대마저 무너졌다. 넓고 어두운 골프장에 나만 홀로 버려진 느낌이다. 만나야 한다, 나를 구원할 이! 지난 2개월의 기억을 다 잊고 새 출발 하자. 김차장이 보내준 박하림프로 영상을 찾았다.
사실 전에 박프로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키 크고, 몸매 좋고, 잘생기고…. 학창 시절 순도 100% 범생이였던 나는, 잘 나가는 놈들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마침 25년 지기 친구와 함께 <친구야 골프치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도 김사장, 김차장이랑 25년인데, 박프로가 친구 대하는 모습이 문득 우리의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지 마세요, 좀!” 박프로가 레슨 할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안 좋은 습관, 완벽해지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뜻이다. 그의 철학은 이렇다. ‘아마추어는 프로와 다르다. 그들과 똑같은 자세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괜히 겉모습만 흉내 내다 몸도, 골프도 망친다. 골프는 재밌자고, 건강하자고 치는 것이다.’ 오, 이건 완전 내 스타일, 독학 골프를 시작한 나의 뜻과 싱크로율 100%!
예를 들어, 백스윙을 할 때, 팔을 억지로 펴지 말란다. 괜히 무리해서 힘주면 스윙이 다 망가진다고. 전에 김차장에 내게 했던 말과 똑같다. 박프로는 부분적인 요소 하나하나 보다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강조한다. 골프를 빠르게 잘 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그는, 천천히 몸으로 느끼길 요청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골프 여정에 좋은 선생, 아니 친구 하나 생겼다.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