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약속

[깜언 베트남 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by 안효원

“다음에 올 땐 골프 배워와, 같이 라운딩 하자!” 2020년 1월, 하노이에 놀러 갔을 때, 김차장이 한 말이다. 김사장과 안기자는 그 숙제를 기쁘게 받아들여, 귀국 후 6개월 후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이제 6개월만 지나면, 베트남에서 골프를 치고 있겠군!’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2년 전 우리가 귀국할 무렵 시작된 코로나19 때문에, 남자 셋은 만날 수 없었다.


김사장과 나는 한 달에 한 번 만나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며, 안도(?)했다. 연습장에 등록해 레슨을 받은 김사장, 이제는 남의 말 듣기 싫다며 독학을 시작한 안기자, 둘의 실력은 정확히 고만고만했다. ‘골프는 원래 어려운 운동이야.’라며 서로를 위로하기에 둘만한 파트너도 없다. 그렇게 우리의 군대 기간만큼(2년 6개월) 시간이 흘렀고, 실력은 덮고 일단 떠나기로 했다.


2년 반, 돌이켜 보면 훌쩍 지나간 것 같지만, 우리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김사장은 하노이에서 보여줬던 신축 공장 청사진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도 그렇지만, 그동안 겪었을 마음고생을 이겨낸 그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김차장은 멀리 뚝 떨어져, 코로나19 시기를 홀로 견뎠다. 베트남은 봉쇄조치까지 내렸는데, 그때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평안한(?) 시간을 보냈다. 농촌에 살면서 코로나19에 걸리기는커녕, 검사 한 번 안 받았으니, 이 정도면 순탄하지. 하지만 속에서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끊임없는 사투를 벌였다. 종교(언어)의 세계를 떠나 새롭게 살고자 했는데, 과거의 ‘나’로부터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나에게 화가 나고, 갈 바를 몰라 절망하고….(이것은 두 번째 라운딩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22년 8월 5일 새벽, 다낭행 비행기(7시)를 타러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은 건, ‘지연’ 소식이다. 행여 늦을까 잠도 못 자고 어둠을 달렸는데, 출발부터 지연이라니. 늦춰진 시간이 되었을 때, 중국과 대만의 갈등으로 또 지연된단다. 맥이 풀렸지만 똥꼬에 힘을 빡 주었다. 얼마나 기다린 순간인데! 드디어 비행기가 떴고, 지연된 약속을 향해 우리는 날았다.


나만 지지리 운이 나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