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X실패=성공!

[깜언 베트남 에필로그]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by 안효원

꿈을 꾼 것 같다, 남자 셋의 세 번의 라운딩. 김차장이 한국에 복귀하기 전에 한 번 더 가기로 했다. ‘열심히 연습해 다음엔 악몽을 꾸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코로나19 복병이 나타났다. 아내가 걸리고 5일 후 딸이 앓더니, 이틀 후 내가, 다시 5일 후 아들이 확진됐다. 연이어 벙커에 빠졌던 것처럼 당황했지만, ‘붕괴 백신’을 잘 맞은 탓에, 3주의 시간은 꿈처럼 흘렀다.

방 안에 갇혀서 필드를 다시 걸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두 번의 실패를 겪었다. 2년 동안 했던 연습은 방향이 잘못됐고, 100타를 깨겠다는 목표야 말로 허황된 꿈이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지만, 나는 다시 실패하기 위해 클럽을 잡았다. 그렇게 실패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성공을 만나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실패의 순간들이 성공의 밑거름으로 눈물겨운 변신을 할 테지.


사십 대에 만난 골프와 실패의 이야기를 쓰면서, 삼십 대의 나를 만났다. 십 대는 어렸고, 이십 대는 미숙했지만, 삼십 대는 ‘괜찮다.’ 생각하고 터널을 지났다. 하지만, 터널에서 나와 뒤를 봤을 때, 그 10년은 가장 끔찍했다. 봉사와 헌신을 강요당하면서도, 그게 문제라는 것도 몰랐다. 힘이 들어도 꾸역꾸역 살았는데, 절대적 가치라 여겼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아내가 ‘그 시절 나와 화해하라.’고 하면 항상 싸웠다. 그런데 최근에, ‘삼십 대의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사십, 오십 대를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도, 내가 골프를 열심히 연습하듯, 매 순간 최선을 다한 것은 틀림이 없다. 다만 지금과 다른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못한) 일을 했다는 것. 떠밀리는지도 모르고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탔다는 것.


‘내가 선택한 것에 실패는 없다.’ 성실한 삼십 대, 치열한 사십 대를 산 결론이다. 실패를 실패로 끝나게 두지 않는 것, 그것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란 것도 알았다. 이것이 끝을 알 수 없는 외줄타기에 몸을 던질 용기가 생긴 이유다. 두려워할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실패할까.’가 아니라,‘내가 선택하는 것을 실패할까.’이다. 다시 처음부터 힘쓰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나도 김사장의 불꽃 드라이버, 김차장의 날카로운 아이언샷을 만나겠다.


친구들아, 우리 환갑 라운딩 가자! 거기서 이렇게 외치자. “Nice body! Nice Birdie!”


나의 실패가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친구들의 실패를 실패라고 말하지 않는 것. 때로는 그들이 궁지에 몰려서 웅크린 나를 들어 새로운 출발점에 올려놓기도 한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리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