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낭 죽돌이

나의 마흔의 포켓몬 고 3

by 안효원

처음부터, 내가 빠지기 전, 포켓몬 고에 관대했던 이유는 광고가 없어서다. 다른 게임은 친구들 하는 거 보고 와서 시켜달라는데, 게임을 하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포켓몬 고는 아무리 오래 해도 광고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서 역시 닌텐도, 큰 회사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호가 엉엉 울면서 돌아왔다. “아빠, 포켓몬 볼이 하나도 없어. 으아앙!”


역시는 무슨, 망할 놈의 일본 놈들. 우는 아이를 앞에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난생처음 현질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질 무렵, 산정호수에서 포켓스톱을 처음 발견했다. 동그란 걸 돌리면 공도 나오고 과일도 나온다. 유레카, 바로 이거야! 포켓스톱을 검색하고 집 근처 비둘기낭에 있다는 걸 알았다. 얘들아, 비둘기낭에 산책(포켓몬 고)하러 가자!


우리 집은 촌구석 시골 마을에서도 가장 가난했다. 가진 게 없어 아낄 것도 별로 없었는데, 아끼는 습관은 몸에 배어버렸다. 가장 이해 안 되는 책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 하지만 부모님이 소처럼 일한 덕에 먹고살 만 해졌고, 나는 아이들에게 아끼는 것보다 잘 쓰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졌다. 그 결과 아이들은 마음껏 포켓몬 볼을 날렸다. 좀 더 신중하게 던지면 좋으련만.


아이들이 하교 후에 공을 다 써버리면, 나는 아이들 등교 후에 공을 채우러 비둘기낭에 간다. 이곳은 요즘 포천에서 가장 인기 좋은 관광지. 비둘기낭에 8개, 하늘다리에 3개 등 포켓스톱이 많다. 한 곳에서 계속 돌리면 나오지 않기에 150M 떨어진 두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열심히 돌린다. 그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브이’, ‘포곰곰’ 등이 나오면 제자리에 멈춰서 잡는다.


일하는 사이 틈이 생기면 하는 ‘공벌이’가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싶었다. 나로서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일인데, 누군가의 눈에는 동물원에 갇혀 이상행동을 하는 짐승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아, 이래서 다른 사람 사는 거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한 번도 죽돌이 경험 못했는데, 덕분에 비둘기낭 죽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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