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나의 마흔의 포켓몬 고 2

by 안효원

오늘은 2호의 생일이다. 미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9월이 되면서 무슨 선물이 좋을까 고민했는데, 반은 스스로 철회하고, 반은 내가 거부해서, 생일 당일에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다. 물론 ‘5만 원 이용권’을 발행하여, 언제든 원하는 걸 살 수 있다고는 했으나, 생일 선물은 당일에 받아야 제맛 아닌가. 한참을 궁리하다 떠오른 생각 있다. ‘알을 부화시켜줄까?’


아직 자고 있는 아이의 스마트폰을 켰다. 현재 부화장치에 넣은 알이 두 개 있는데, 모두 10KM짜리다. 아이가 걸은 것은 4KM, 내가 6KM를 걸으면 알이 부화한다. 웅크려 자고 있는 아이 뒤에 누워 속삭였다. “아빠가 생일 선물로 알 부화시켜줄게!” 그 말을 듣자 아이는 벌떡 일어나, 빙그레 웃었다. 미역국을 먹고, 스쿨버스를 타러 가는 아이의 모습이 밝기만 했다.


일단, 내가 오늘 할 일이, 비가 많이 와 제대로 자라지 못한 땅콩을 뽑는 것. 오전에 마치고, 포켓스톱이 많은 비둘기낭에 가야겠다. 평년의 반에 반도 달리지 않은 땅콩을 보며 속상해하고 있는데,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더니, 세찬 비가 내렸다. 에이, 땅콩이고 뭐고, 아들 생일 선물이나 준비하러 가야겠다. 도구함을 보니 포켓몬 볼도 얼마 없던데, 가득 채워와야겠다!


흐리고 바람 불어 걷기 좋겠다 했는데, 이게 웬걸? 새하얀 가을 구름 사이로, 햇살이 쨍하게 비쳐 더웠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지. 선글라스를 끼고, 양손에 스마트폰을 들었다.(1호가 자기 폰도 들고 다닐 것을 명령.) 집에 돌아가 마저 땅콩을 캐야 해서, 좀 서둘러야 했다. 빠른 걸음으로 비둘기낭 공원을 휘저었다. 포켓스톱을 돌리고, ‘포곰곰’을 닥치는 대로 잡았다.


6KM를 채우랴, 각종 도구를 모으랴, 애들이 좋아하는 포켓몬을 잡으랴 정신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가 원하는 거 그냥 사줄걸…. 하지만 오늘 특별한 날, 2호 생일,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9.8KM에서 아이의 포켓몬 고를 종료했다. 100미터 조금 넘게 걸으면 이제 부화할 텐데, 그건 자기가 걷고, ‘어라?’를 봐야지. 아이의 미소를 그리며, 나도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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