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

나의 마흔의 포켓몬 고 1

by 안효원

세상에, 내가 ‘포켓몬 고’를 하다니! 아이들의 태양(핫스폿)이 돼주기 위해 몇 번 따라다녔는데, 나도 빠져버렸다. 1년 전 아이들이 포켓몬 월드를 접했다.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카드에 빠져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다시 돌아온 빵 때문에 편의점에서 줄도 서봤다. 더 이상 찾지 않는 카드, 띠부씰을 내가 가만히 쓰담쓰담하다 보니, 예쁘게 보인다.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저게 뭐라고, 허공에 대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나. 심드렁하게 환호하며 따라다니기만 하다가, 얼마 전 딸 때문에 처음 ‘공’을 날렸다. 날래고 포켓몬 고에 진심인 아들에 비해, 책 좋아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딸이 명령했다. “2호 갈 때 내 거 가져가. 알 부화시키게.” 그러다 아이가 좋아하는 ‘나인 테일’이 나와서 잡았고, 그 순간, 쾌감을 느껴버렸다.


‘신난다~!’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문구다. 참 웃기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신이 났다. 잡으면 잡을수록 더 신이 난다. 이 감정의 정체는 뭐지? 잠들기 전 한참을 고민하다, 답을 찾았다. 소유할 때의 쾌감, 바로 그것이다. 나도 매 순간 뭔가 모으기를 좋아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카세트테이프, 대학생 때는 비디오테이프, 직장을 다닐 때는 CD, 결혼하고는 영화 DVD….


모을 땐 한없이 기뻤다. 그런데 지금 그것들은 짐 비슷한 게 되어버렸다. CD는 인테리어의 일부가 된 오디오 옆에 처박혀 있고, DVD는 갈 데가 없어 내 침대방 벽에 갇혀 나올 생각을 못 한다. 망할 놈의 (세상 편한) 넷플릭스. 테이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 이 소유와 방치의 과정을 겪으며, 난 무소유의 삶을 선택했다. ‘어차피 짐이 될 거, 욕심부리지 말자.’


덕분에 골프용품 모으기도 소극적이다. 물론, 장비만 좋고 실력은 나빠 코웃음 살까 봐 그런 것도 있지만, 어쨌든 깨달음과 노력 덕에 저(低)소유의 삶에 닿았는데, 다시 소유욕이 발동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차로 5분 거리에 포켓스톱인 비둘기낭이 있어서 돈 안 들이고 많이 잡을 수 있다. 아이들 하교를 기다린 것은 오랜만, 아니 처음이다. 배터리 완충하고, 포켓몬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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