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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Mar 29. 2024

증명

[안기자 골프 1] 골프의 길(도)을 찾아서

김사장과 김차장은, 지난 2월, 다낭에 갔다. 명분을 찾지 못한 안기자는 스크린에서 라베를 경신하면서도 흥을 내지 못했다. 양김은 베트남에서 돌아와 신난 기운을 억지로 감추며 말했다. “3월에 골프 치러 가자. 안기자 위로해 줘야지.” 그렇게 명분을 찾은 두 사내는, 해님의 협찬으로, 3월 22, 23일 고성 파인리즈CC에서 두 번의 라운드를 잡았다. 못 이기는 척 웃었다.


한 달이 남고, 아직 농번기 시작 전이니, 매섭게 담금질하여 고1 때 급훈인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스코어로 보여주겠다. 그런데 기일이 다가오면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치는 게 맞나?’ 눈 쌓인 밤나무 연습장에서 공을 깨 가며 더 뜨겁게 휘둘렀다. 그래서 찾은 결론. ‘돌리고, 올리고, 내리고, 돌린다.’ 처음 시작할 때 배운 교훈에 4년 만에 다시 도달했다.


고성을 향하기 하루 전, 인도어 연습장을 찾았다. ‘오늘 잘 치면, 내일도 잘 칠 수 있을 거야!’ 서두르지 않기로 다짐했다. 웨지부터 시작해서 드라이버까지, 거리를 늘려가며 차곡차곡 좋은 감을 몸에 쌓았다. 90분의 연습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클럽 별로 5미터씩의 거리 차이를 두고, 내가 친 공은 10미터 안에 옹기종기 모였다. ‘죽었다.’ 싶은 공은 나오지 않았다.


첫날 라운드는 아침 7시 47분. 집결지에 5시에 가야 하고, 그러려면 집에서 3시 30분에 출발해야 한다. 그토록 싫어했던 ‘새벽잠 못 자고 공치기’를 내가 하고 있다니! 전날엔 소풍을 앞둔 초딩도 아니고 잠이 들지 않았다. 결국 12시가 넘어 눈을 감았고, 3시간 자고 출발. 새벽길은 고요하기만 했다. 좋은 샷을 상상하기에 더없이 좋았고, 마음속으로 18홀을 돌고 또 돌았다.


운전은 김사장, 김차장은 몸살로 녹다운. 안기자는 김사장 졸지 말라고 쉴 새 없이 떠드는 깔깔이. 터널을 지나고 지나 어느덧 속초에 도착하고, 눈 덮인 설악산이 보였다. 눈이 시원해지는 것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로리 맥길로이는 <풀스윙 2>에서 후배에게 ‘증명하려 하지 마라. 너의 플레이를 하라!’고 말했지만, 난 딱 한 번은 증명하고 싶다. 내 길이 틀리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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