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35]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지난 주말(6월 26일), 골프인들 사이에서 포켓몬 빵만큼 구하기 어렵다는, 야간 9홀 라운딩을 또 갔다. 이게 다 골프에 불붙은 김사장의 폭풍 예약 덕분이다. 이번엔 느낌이 좋았다. 며칠 전, 느낌이 왔고, 이번엔 이렇게 치자, 확신이 있었다. 연습할 때도 나쁘지 않았다. 거리는 짧지만 공이 똑바로 나갔고, 드라이버도 정신만 차리면 150미터 이상 날아갔다. 좋아, 가즈아!
첫 티샷의 기회가 나에게 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앉아 공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날 떠나지 마. 오래 함께 하자. 하지만 아, 나의 님은 단 한 번의 스윙에 가버렸다. 무엇보다, 그 순간 바로, 새로운 느낌이 왔다. 지난 2주간 쳤던 방식으로 치면 안 될 것 같은…. 확신이 불신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는 필드에서 불판 위의 오징어가 되어갔다. 한없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나와는 반대로 김사장의 드라이버는 불을 뿜었다. 며칠 전, 아니 저녁 먹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드라이버는 잡지 않겠다고 했는데, 쭉쭉 잘도 나갔다. 게다가, 본인의 표현으로는 비장의 무기, 우드로 세컨드 샷도 잘 쳤다. 폭풍 전야의 시원한 날씨 속에서, 두 고수는 자신들의 스코어에 집중하고, 김사장과 안기자는 서로에게 ‘나이스 샷’을 외쳐주며 우리만의 리그를 즐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은 편해졌다. 오늘도 오답 하나 지웠으니, 정답과 가까워졌겠지. 즐거운 마음으로 라운딩을 마치고, 또 다른 미션 ‘포켓몬 빵을 찾아라!’에 돌입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편의점에 모두 들르겠다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하지만 없었다. 그냥 나오기 그래, 껌과 맥주만 쌓였다. 아쉬워할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짜증이 날 찰나, 다음과 같은 문구를 봤다.
‘포켓몬 빵을 찾아 이 먼 곳까지 왔구나. 그런데 어쩌지? 벌써 다 팔렸는걸! 속상해할 시간이 어디 있나. 빨리 다음 편의점으로 출발!”
주변 야구팬들이 키움 팬인 내게 묻는다. ‘키움은 어떻게 2등을 하지?’ 주전 선수들이 많이 빠지고 투자도 많지 않은데 말이다. 한참 고민하다 내린 결론, 어린 선수들이 게임이라 생각하고 즐겨서 그런 건 아닐까? 그러다 문득 어쩌면 인생도 하나의 게임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손에 굳은살이 박여도, 마음은 가벼울수록 승률이 높아지는…. 빨리 다음 오답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