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5월은 바쁘다. 안 바쁜 사람 없는 요즘, 나도 현대인이 되는 것 같아 좋기도 하면서도, 1년 농사를 결정짓고, 많은 사람이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하며, 무엇보다 ‘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하지만 힘을 낸 것은 모내기가 끝나고 9홀 야간 라운딩이 잡혀있기 때문. 농사짓는 친구 응원하려고 김사장이 한 배려이다. 이번엔 기필코 뭔가를!
잡아놓은 날짜는 빨리도 다가왔다. 라운딩 당일 마음이 조급해졌다. 매일 찾는 오답을 오답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인데, 어떻게 치는 게 좋은지 1번과 2번 사이에서 당최 마음을 정할 수 없었다. 좋아, 일단 가보자! 연습장에서 치는데 1번 땡, 라운딩은 2번으로! 첫 티샷. 시원한 날씨에, 시원하게 뚫린 공간에서, 시원하게 드라이버를 치려고 했으나, 애써야 ‘낫 배드’라니.
참 희한도 하다. 밤나무 연습장에서 칠 때는 죽는 볼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선 사는 게 별로 없다. 참 사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공 9개를 가져갔는데, 김사장에게 빌릴 생각부터 하게 되다니. 내가 골프 선수를 할 것도 아닌데, 뭐, 즐겁게 치자는 마음으로 쳤다. 나쁘지 않았다. 재미는 있었으니까. 그런데 김사장 지인이 한 마디 했다. “안사장 폼이 완전히 망가졌네.”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듯했다. 그의 말이 아니라, 나의 스윙 때문에 말이다. 집에서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단 말인가. 길을 잃은 기분이다. 다행히 마지막 PAR 5 홀에선 드라이버도 잘 맞고 아이언도 괜찮아서 파로 마쳤다. 끝난 시각 11시 30분. 늦은 밤 꼬불 길을 가기 싫어 내비게이션의 말을 무시했다가 완전히 돌아가게 됐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라운딩 다음 날 폼을 ‘완전히’ 바꿨다. 나란 남자, 폼도 하루 만에 바꿀 수 있지. 여전히 안갯속을 걷는 것 같지만, 더 이상 어깨는 아프지 않다. 사실, 지난 폼으로 칠 때, 의욕만 앞서 어깨가 아팠다. 예전에 사회인 야구할 때 그랬던 것처럼. 열흘이 지나고 다시 오답을 찾았다. 좋아, 어차피 돌아도 집에 도착했다. 골프도 돌아야 한다면, 미친놈 마냥, 웃으며 돌아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