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펀스>

배우 문근영

by 안효원

어제 누군가 물었다. “언제부터 문근영을 좋아했어요?” 나는 반문했다. “언제부터 예수님을 좋아했어요?” 내가 언제부터 문근영님을 여신으로 모신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오랜 시간 함께했고, 큰 힘을 얻었다. 14일, 연극 <오펀스> 아니, 그분을 뵈러 대학로에 갔다.


집을 나서기 전, 책에 정성껏 사인했다. 그간 항상 받기만 했는데, 선물할 수 있는 나의 무언가가 생겼다는데 설렜다. 지난겨울 예매 전쟁에서 겨우 구한 것은 맨 뒷줄 끝 좌석이었다. 하지만 5좌석 추가 오픈이라는 은혜를 받아 앞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분이 뛰어왔다.


“아, 씨발, ** 뛰었네!” 문근영님의 첫 대사였다. ‘씨발’이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있구나! 그녀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동생을 지키는 거친 트릿을 연기했다. ‘예쁨’은 잠시 무대 뒤에 두고 나와 욕하며 칼을 휘두르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삶의 무게를 느꼈다. 그분이 울 때엔 나도….


160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을 나의 허리가 견딜 수 있을까? 기우였다. 세 명의 배우가 펼치는 열연,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에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커튼콜에서 문근영님은 트릿을 벗고 활짝 웃었다. 배우 문근영의 모든 순간이 스쳐갔다.


나도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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