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동침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일주일 전 여행을 다녀왔다. 예민남인 나는 집을 떠나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그런데 침대가 편안했는지 아침에 허리가 덜 아팠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잠자리를 바꿔도 될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농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회복하는 게 중요했다.


역시,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개운했다. 그런데 거실에서 자고 일어난 부천댁의 코가 빨갰다. “너무 추워.” 나는 속으로 ‘곧 봄이 오잖아.’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아내가 베개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같이 자요.” 얼마 전 자기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 코 고는 소리가 아내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게 일부러 늦게 들어갔다. 아내는 잠에 취한 것 같았다. 나도 잠에 들었다. 그러다 새벽 4시가 되지 않아 잠이 깼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밤나무 북스테이 착공이 걱정돼 다시 잠들지 못했다. 행여나 부천댁 깨울까 뒤척이지도 못했다.


‘참, 넌 잘도 자는구나!’ 아무 미동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부엌에 이부자리가 있었다. 응? 얘기를 듣자 하니 부천댁은 12시 18분에 코 고는 소리 때문에 18을 외치고 나왔다 한다. 나는 아내가 없는지도 모르고 밤을 지새웠다. 한때는 같이 잘 잤는데, 우리의 동침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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