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조림

밤나무 책방, 북스테이

by 안효원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가 교보문고에 처음 깔렸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아이들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2호는 당시 푹 빠져있던 <흑백요리사> 최강록 셰프의 책에 관심이 훨씬 많았다. 친구들도 ‘빨뚜, 빨뚜’ 하니 말 다한 거지. 나도 책을 팔기 위해 요리를 배워야 하나?


난 요리를 잘 못한다. 부천댁에 출타해 밥을 하면 1호가 말했다. “이렇게 할 거면 정성이라도 다하지 말지.” 그런 내 인생에 잘하는 요리가 하나 있으니, 바로 ‘마음조림’이다. 무슨 갈치조림도 아니고, 무슨 일만 있으면, 누구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그렇게 마음이 타도록 졸여진다.


어쩌다 나는 마음조림 요리사가 됐을까. 손에 쥔 게 없어 잃을 것도 없었던 아버지는 무척 대범하다. 반대로 손에 딱 한 개를 쥔 나는 그 기회마저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또 24시간 자지도, 졸지도 않고 감시하는 눈이 있다니 순수한 나는 마음을 안 졸일 재간이 없었다.


요즘 자다가 한 번씩 깬다. 밤나무 책방, 북스테이 착공이 일주일도 안 남았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농사짓고, 부천댁이 수업해서 모은 돈은 전체 예산 4분의 1도 안 된다. 나머지는 다 빌린 돈이다. 살면서 써본 적 없는 액수의 청구서를 손에 쥐고 마음이 열심히 졸여지고 있다.


“괜찮아, 딩딩딩딩딩!” 김부장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김사장은 “넌 진짜 잘 될 거야.”라며 응원했다. 첫 번째 손님으로 오겠다는 사람들도 줄을 섰다. 우리가 밤나무 북스테이를 하는데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충분히 가능성도 있다. 쫄지 말고, 졸이지 말고, 신발 끈 질끈 묶는다.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마음레인지의 불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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