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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소메리 May 25. 2023

이과가 문예창작과에 가면 생기는 일

중학교 미술시간에 손가락 데생을 하면서, 구불구불한 손마디를 처음 관찰했다. 힘주어 펴면 주름에서 스마일 미소도 발견할 수 있다. 귀여운 녀석을 발견한 기쁨에 정성스럽게 그렸지만, 손가락 마디가 흉하다면서 심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본점수만 받았다. 별 타격감이 없었던 게 이상해서 오히려 오래 기억되는 일화다.


어른들에게 감히 취향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선전포고가 된다는 걸 잊었던 탓이다.

길들여진 인형처럼 생각 같은 걸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35년 전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생각이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환경에서 출처도 없이 다정하게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긴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글에는 그런 세상이 존재했다.  주인공에게 성공과 사랑을 실컷 안겨주는 작가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꾸준히 독자의 길을 걸었다.


요즘 취향이 변해서 주인공에게만 다정한 남주 이야기를 찾아 읽는다. 능력도 뛰어나고 훤칠한 대형견 남주가 변함없이 주인공에게만 다정하다니 읽는 것만으로 뇌가 말랑해져 기분까지 좋아졌다.


컴퓨터 AI 수업을 몇 개 취소하고 대신 작문 수업으로 바꿨다. 작가들의 세계는 얼마나 더 말캉말캉할까 궁금해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아직 관심의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주인공이었다. 당연히 내가 쓰는 과제에도 AI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 단어가 불편한 사람도 존재한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불치병, 난치병, 치매, 희귀병, 암, 알레르기, 나를 포함한 주변에 고장 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나이 지긋한 환자들이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명 연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나의 관심은 그 방향으로 옮겨갔다. 그러다 인공지능까지 이어진 것이다.


작가의 세계에 호기심으로 발을 들였다가 압정핀만큼이나 까칠한 반응에 난감하다. 세상은 여전히 아이러니하고,  아직도 창작의 세계에 개인 생각을 드러내는 건 위험한 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답이 정해 있는 이과가 더 편하겠지만, 실패와 수정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이과의 자질이니까.


다음 학기에 문창과 복수전공을 설계한다.  

그래서, 공감 소스는 어디서 구한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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