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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증시의 반등

유럽 시장이 갑자기 핫해진 이유

by Moneymakeher

2025년 상반기 유럽 증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대표 지수인 MSCI Europe Index는 올해 들어서만 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증시를 대표하는 MSCI World Index(+5%)나 미국 S&P500(+2.9%) 지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유럽 대표 50대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EURO STOXX 50는 +10% 이상, 독일 증시를 대표하는 DAX 지수는 +20%가량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월, 유럽 주식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투자 자금이 순유입을 기록했고, BOA(뱅크오브아메리카)의 3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 주식에 대한 전문 투자자의 심리가 역사상 두 번째로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유럽 증시, 갑자기 왜 이렇게 핫해진 걸까?


유럽 증시 반등 요인 4가지


1.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불법 이민자 체포, 미국 대학과의 전쟁, 관세 전쟁 등 트럼프 정부의 파격적인 행보로 인해, 미국 내 경제 인구 및 투자자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겪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해외 이주를 결심한 고소득층이 크게 늘었다. 글로벌 자산 컨설팅 기관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고소득층의 해외 이주 문의가 전년 대비 2.8배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영국 시민권을 신청한 미국인 수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2. 유럽 경제 회복 기대감과 긍정적인 경제 지표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를 소화한 2023~2024년은 미국과 유럽 모두 경기가 악화된 시기였지만, 유럽이 미국보다 비교적 먼저 ”경기 둔화(soft recession)“을 겪었다. 이는 회복 시점도 유럽이 더 앞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유럽의 경기 지표는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유럽 기업들의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독일이 발표한 5,000억 유로(약 793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과 유럽 각국의 국방비 확대 계획이 유럽 GDP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2022년 10월 10.6%까지 치솟았던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2025년 3월 기준 2.2%까지 내려왔다. 물가가 안정되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달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 2.00%로 조정했고, 이는 7회 연속 금리 인하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과 개인의 대출 부담이 줄어들고, 그만큼 경제와 투자 활동이 활기를 띤다. 물론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큰 충격이 없다면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유럽 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4. 미국 대비 여전히 저렴한 유럽 주식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의 관심은 미국, 특히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7)’으로 불리는 테크 대장주에 집중되어 있었다. 반면, 유럽 증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비교적 소외되었고, 2025년 2월 말 기준 MSCI Europe Index는 S&P500 대비 약 35% 저평가된 수준이었다. 물론 최근 유럽 주식이 많이 상승하면서 일부는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역사적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 주식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총 1,500억 달러가 유출되었고, 며칠 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이 갈등이 휴전으로 이어질지, 다시 격화될지는 예측할 수 없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럽 투자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 중 하나다.


2. 미국과의 관세 갈등


5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대한 50% 관세 부과 시한을 7월 9일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당장은 위기를 피했지만, 유럽 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 업체들은 6월 4일부터 시행된 관세 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고, 유럽연합도 이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준비 중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구조적인 변화를 잘 캐치한다


2025년 상반기 유럽 증시는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의한 매력도 상승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대체자산 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의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이 “앞으로 10년간 유럽에 5,000억 달러(약 685조 원)를 투자하겠다”라고 발표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금 유럽 시장을 둘러싼 호재와 리스크는 함께 존재하지만, 분명한 건 투자자들의 관심이 유럽에 다시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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