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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에 화장품이 잘 팔리는 이유

경기불황 지표로 쓰이는 ‘립스틱 지수’

by Moneymakeher
올다무 최근 3년간의 매출 성장세. 출처<조선일보 기사>

근 2년간 유통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는 바로 ‘올다무’다.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이 세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 괜찮은 품질, 다양한 디자인을 앞세워 경기 불황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올리브영은 2025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4.4% 증가한 1.2조 원을 기록했다.


헤일리 비버의 뷰티 브랜드 ‘Rhode‘

얼마 전에는 모델 헤일리 비버가 2022년에 창업한 화장품 브랜드 ‘로드(Rhode)’를 미국 화장품 기업 e.l.f. 뷰티에 약 1조 3,000억 원에 매각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Rhode는 론칭 3년 만에 연매출 약 2,900억 원을 기록한 ‘핫한’ 브랜드다. 일각에서는 “요즘 남편 저스틴 비버가 사고 치고 다니는 거 수습하느라 헤일리가 회사를 판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이 뉴스는 경기 불황기에도 화장품 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왜 경기가 안 좋은데 화장품은 잘 팔릴까?


경기 불황기에는 대부분의 산업이 타격을 입는다. 고가 소비는 가장 먼저 줄고, 여행, 외식, 명품 같은 항목이 지출 목록에서 빠져나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실적이 올라가는 산업이 있는데, 그게 바로 화장품 산업이다. 소비자들이 고가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제품에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다. 립스틱 효과는 에스티로더의 회장 레너드 로더가 닷컴버블 붕괴와 9·11 테러로 미국 경제가 흔들리던 2001년 당시, 립스틱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을 보고 한 말이다. 이후 립스틱 판매량을 경기 침체의 지표로 삼는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라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요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기업인 울타 뷰티(Ulta Beauty)의 2024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면서 립스틱 지수가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불황기에 사랑받는 기업들은 따로 있다

‘패스트리테일링’과 ‘인디텍스’ 최근 5년 주가 추이

화장품 외에도 경기 불황기에 의외로 실적이 좋은 산업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니클로, 자라, H&M, 무신사 같은 SPA 브랜드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3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이고,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도 지난해 사상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고가 패션보다 부담 없는 실용적인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이런 성장을 이끌고 있다.


또한 외출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디오게임 산업도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2025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31.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의료, 교육, 공공안전, 법률, 금융 등과 같이 경기에 상관없이 수요가 꾸준한 ’경기 방어 산업(Defensive Industry)’은 불황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낸다.



투자자의 덕목은 ‘호기심‘과 ’관찰력‘


요즘 내가 자주 사고 있는 건 뭘까? 친구들은 어디에 돈을 쓰고 있을까? 어떤 브랜드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을까? 이런 소소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관찰이 시장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잘 나가는 기업들의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면 투자 기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면, 이제 어떤 업종이 다음 주자가 될지 고민해 보면 된다. 시장의 그 흐름을 한 발짝 앞서서 읽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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