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준비 꿀팁 대방출
나는 한 달 전인 올해 4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 역시, 웨딩업계의 촘촘한 상술을 피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결혼식은 ‘예비신부의 로망’이라는 감정 기반의 소비군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수백만 원, 수천만 원도 아깝지 않은 드레스나 예식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만한 값어치를 못 할수 있다. 사람마다 매기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적정 가격이라는 기준이 없고, 그래서 더 쉽게 가격이 부풀려지는 구조다. 이번 글에서는 예비신부 독자들을 위해 내가 웨딩 준비를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알았더라면 더 나았을 현실적인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결혼식장을 알아보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랑과 함께 예산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예비부부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싸우게 되는 흔한 레파토리가
신랑: “이거 이렇게까지 돈 주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없을까?”
신부: “그럼 니가 하던가. 여태 내가 다 알아보고 힘들게 찾아온 건데 이제 와서 이러면 어떡해?”이다.
둘이 서로 사랑해서 하는 결혼인데 돈 문제로 논쟁이 붙으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이런 불상사를 피하려면 식장이나 스드메 업체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둘이 생각하는 전체 예산의 범위를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블로그 후기나 웨딩 관련 앱(아이웨딩, 신부야 등)을 통해 예식장별 금액대나 가성비/하이엔드 드레스샵의 가격대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기에 앞서 파트너와 서로의 예상 예산범위를 공유하고 그 합의점을 찾자. 그러고 나서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그 예산에 딱 맞추려 너무 애쓰지는 말자. 어차피 결혼식 비용은 예산초과가 국룰이다.
예산 범위를 잡고 시세 조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취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 피드도 순식간에 웨딩 콘텐츠로 잠식되기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양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점점 구체화된다. 나의 경우에는 시간을 넉넉히 쓸 수 있고 야외 예식장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드레스는 가성비 좋은 실크 드레스를 원했다. 대신 2부 드레스에 조금 더 힘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예식장과 2부 드레스에는 과감히 투자했고, 나머지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했다. 지금 돌아봐도 크게 아쉬운 지출은 없다.
예산을 세우는 과정에서 신랑과 각자의 웨딩 로망을 공유하고, 어떤 항목에 더 집중할지를 미리 정해두면 준비가 훨씬 수월해진다. 예비부부가 흔히 겪는 웨딩병이 있다. 바로 ‘보태보태병’과 ‘이왕이면병’이다. “이왕이면 이 드레스로”, “이 꽃이 더 예쁘지 않아?” 하는 식으로 몇 만 원, 몇 십만 원씩 계속 보태다 보면 어느 순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내가 무슨 드레스를 입었는지, 부케가 무슨 꽃이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왜 그렇게 고민했었나 싶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꼭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다”는 항목 두세 개에 집중 투자를 하고, 나머지 항목은 가성비 있게 준비하면 후회가 적다.
웨딩박람회는 시장조사용으로는 충분히 유용하지만, 현장에서 바로 계약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웨딩 플래너 상담을 받으면 “지금 이미 늦었어요 신부님”는 말과 함께 웨딩준비 일정표가 펼쳐지며, 식 8개월 전에는 스튜디오 웨딩촬영을 해야 하니 지금 당장 드레스샵과 헤어메이크업샵부터 알아봐야 한다고 한다. 혼주, 반지, 허니문, 신랑 예복도 마찬가지다. 듣다 보면 숨이 턱 막히고, “그래서 지금 당장 계약하셔야 해요 신부님”으로 일장연설이 마무리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이상하다.
내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가 바로 박람회에서 덜컥 플래너 계약을 해버린 것이다. 상담을 해준 플래너 언니의 말발에 홀려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고, 당일 저녁 업체들을 다시 검색해 보니 마음에도 들지 않았고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았다. 결국 위약금을 일부 내고 계약을 파기했다. 그 후로는 직접 발품을 팔아 워크인으로 모든 걸 진행했다.
박람회 당일 계약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박람회에 참여하는 플래너는 신규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나온 경우가 많다. 이미 일정이 꽉 찬 실력 있는 플래너는 굳이 박람회에 나오지 않아도 고객이 알아서 찾아온다. 플래너를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는 것이다. 이미 검증된 사람을 소개받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둘째, “오늘만 가능한 혜택”이라는 말에 현장에서 계약을 하게 되지만, 집에 돌아와 조금만 찾아보면 더 좋은 조건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원하는 드레스샵이나 메이크업샵이 제휴되어 있지 않다는 걸 계약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박람회 계약서에는 “당일 계약은 환불 불가” 조항이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일정 기간 내에 전액 환불이 가능한 게 소비자권리보호 원칙이다. 나 역시 계약 후 3일도 되지 않아 취소를 요청했지만, 플래너는 이미 일부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요구했고,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 결국 일부 금액은 돌려받지 못했다.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먼저 플래너업체의 수익 구조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플래너는 신랑신부에게 아무런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제휴된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 업체로부터 도매가에 서비스를 제공받고, 여기에 마진(수고비)을 붙여 신랑신부에게 최종 견적을 제시하는 구조다. 그러니 플래너 입장에서는 단가가 낮은 신규 샵을 연결시켜 주거나, 마진을 많이 얹을수록 수익이 커진다. 반대로 소비자인 우리는 유명하고 퀄리티 좋은 샵에 마진을 적게 붙인 견적을 받는 게 목표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규모’다. 대형 업체일수록 고객이 많고, 제휴된 업체와의 협상력도 세기 때문에 더 좋은 도매가를 확보할 수 있다. 고객 신뢰가 중요한 대형 업체일수록 과도한 마진을 붙이기도 어렵고, 고객 수도 많기 때문에 제휴를 원하는 업체들도 더 많다. 선택지가 넓고, 가격 경쟁력도 있는 셈이다. 그래서 플래너는 요즘 가장 인기 많고 계약이 많은 대형업체 소속으로 고르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꼭 하고 싶은 드레스샵이나 메이크업샵이 있다면, 해당 업체가 플래너와 제휴되어 있는지 꼭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계약 후에 내가 원하는 곳이 제휴리스트에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완전 낭패이다.
플래너 상담을 받기 전에는 제휴 리스트를 미리 요청해서 확인해 보고, 내가 관심 있는 샵들을 몇 군데 추려보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마음에 드는 샵에 직접 전화해서 워크인 가격도 물어보자. 간혹 워크인 조건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플래너와 상담할 때는 예산부터 말하기보다는 “이런 업체들을 고려하고 있는데, 대략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올까요?” 하고 역으로 질문해 보자. 집 인테리어를 맡길 때도 예산을 먼저 말하면, 마진이 많이 남는 자재 위주로 추천받기 쉽다. 웨딩 시장도 똑같다.
상담견적을 두세 군데 정도 받아보고, 가장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한 플래너와 계약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플래너 상담을 받으면 꼭 그 사람과 계약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만약 플래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자. 특히 내가 원하지도 않은 샵과의 계약을 계속 설득하거나, 상담 후 계속 전화해서 계약을 독촉하는 경우에는 경계심을 갖는 게 좋다. 이런 경우는 계약 건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웨딩준비를 시작하면 바쁘다고 연락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계약금을 낼 때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이 좋다. 간혹 아직 아무런 서비스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순 변심이나 일정 변경으로 환불을 요청했을 때, 환불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소비자 권리 침해다. 신용카드는 결제 후 실제 청구일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환불을 받고 싶거나 계약업체가 망하는 등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카드사에 결제 취소 요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결혼식은 결제 금액이 크기 때문에, 신용카드 혜택을 미리 비교해 보고 적립률이 높은 카드나 마일리지 카드 등을 신규로 발급받는 것도 추천한다. 물론 <신용카드 vs 체크카드> 편에서 다룬 것처럼 신용카드는 해지 시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카드 신규 발급에는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간혹 샵들이 계좌이체로 결제하면 더 할인해 주겠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을 하자. 현금영수증 발급을 받아야 연말정산 시 세금 환급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웨딩 준비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 역시 결혼식 한 달 전이 가장 힘들었고, 청첩장 모임 자리에서는 “이미 결혼식 한 것 같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 분명 있다. 드레스 투어를 하며 공주놀이를 하던 날이며, 결혼식 당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축하받던 그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결혼 준비는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숙제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따지고 비교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라면(나도 그렇다), 이 시장이 얼마나 크고 불투명한지 곧 실감하게 된다. 웨딩업체는 정말 많고, 정보도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모든 걸 파악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적당한 지점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 싶으면, 과감히 결정을 내리고 정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다. 알아보는 데에 쓴 에너지와 비교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결국엔 기회비용이다.
결혼식은 나와 파트너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행사이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부담은 조금 내려놓고, 서로에게 편안한 방향으로 준비하면 된다. 이 시기도 언젠가 돌이켜보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라며, 모든 예부신부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