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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소비에 대한 고찰

나는 왜 명품이 사고 싶을까?

by Moneymakeher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명품 브랜드들이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명품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30 세대의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경제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명품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앤코 등을 보유한 LVMH 그룹의 주가는 전년 대비 27% 하락했고,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Kering 그룹은 주가가 무려 41%나 떨어졌다. Kering 그룹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했던 부동산까지 일부 매각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먹여 살리는 주요 소비층은 크게 두 그룹이다. 하나는 돈이 많아 보이고 싶은 중산층,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부를 과시하고 싶은 신흥부자들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이들의 지갑이 닫히고, 자연스럽게 명품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나는 왜 명품을 갖고 싶어 할까?


한동안 유행했던 밈

누구나 명품을 갖고 싶어 한다. 여자들은 드림백이나 주얼리를, 남자들은 워너비 시계나 자동차를 꿈꾼다. 왜 그럴까? 그리고 우리가 명품을 갖고 싶은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명품이 주는 상류층의 이미지

명품을 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 돈 많은 사람이야”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실제로 부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렇게 보이고 싶다는 점이다.


이런 목적이라면, 사람들에게 자주 보이는 가방이나 지갑 같은 품목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반면, 샤넬 로고가 박힌 화장품 같은 소모품은 돈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내 경제력과 맞지 않는 명품을 무리해서 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통장은 텅텅 비어 있는데 명품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상류층이 될 수는 없으니까.


2. 퀄리티와 브랜드 가치

명품은 대체로 좋은 소재와 정교한 마감이 특징이다. 브랜드마다 시그니처 디자인이 있고,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춰 명품을 선택한다.


최근 디올 가방의 원가가 8만 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과 “디올이 너무 바가지를 씌운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논란이 된 디올 가방은 퀄리티가 아닌 브랜드 가치에 값을 매긴 명품인 것이다.


3. ”나만 살 수 있어“ 희소성에서 오는 특별함

명품 중에서도 일부 제품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투자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에서 희소한 자원일수록 가격이 높아지기 마련인데, 에르메스의 버킨백이 이 전략을 기가 막히게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가방인 버킨백을 1년에 생산되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수요는 넘쳐나고, 자연스럽게 가격은 올라간다. 결국 “이 가방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몇천만 원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린다. 여기에 희소성까지 더해지면, 구매 후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도 많아 투자 가치까지 생긴다.



재미있는 점은 소비자의 부가 증가함에 따라 명품 소비의 이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과시하고 싶어서 명품을 사던 사람들이 점점 퀄리티를 따지게 되고, 나중에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찾는다.


돈이 많아 보이고 싶은 중산층이나 신흥부자는 주로 과시욕을 기반으로 명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서 있는 상류층(Old Money)들이나 초고액 자산가(Ultra High Networth)들은 굳이 부를 드러낼 필요가 없기에 퀄리티와 희소성에 집중한다.




똑똑하게 명품 소비하기


나에게도 명품 위시리스트가 있고,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도 없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자신에게 선물하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소비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다.


명품을 사기 전에 한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이 제품이 정말 갖고 싶어서 사는 걸까? 아니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사는 걸까? 내 경제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인가? 이 돈을 다른 곳에 쓸 더 나은 기회가 있는가?


가령 내 월급이 300만 원인데, 500만 원짜리 가방을 무리해서 사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하지만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면, 명품을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삼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있고, 나아가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비로소 그 가치가 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돈을 아끼라는 조언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돈을 쓰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쓰느냐”이다.


조만간 명품을 살 계획이 있다면, 일단 그만큼의 돈과 여유가 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이 명품을 왜 사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하고, 그 대답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유인지 한 번쯤 들여다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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