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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들의 머니 시크릿

조용하고 똑똑하게 돈 불리기

by Moneymakeher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욕망은 점점 더 “내 자식과 손주들이 편히 살도록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에서 고액 자산가(HNWI, High-Net-Worth Individuals) 들의 궁극적인 자산관리 목표는 바로 부의 대물림(Generational Wealth)이 된다.


부의 대물림(Generational Wealth)을 이루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첫째는 지금까지 벌어들인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부의 보존(Wealth Preservation)’이고, 둘째는 그 자산을 시간에 따라 계속 키워내는 ‘부의 증식(Wealth Growth)’이다. 통계에 따르면 부의 대물림은 2세대를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자녀가 자산을 올바르게 운용하지 못하거나, 풍족한 환경에 익숙한 손주들이 돈을 흥청망청 탕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리치들은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금융을 가르쳐 자기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더 크게 불릴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고,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자산관리사 등 전문가를 고용하여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한다. 이 모든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그들이 이를 아깝지 않게 여기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금융권에서 일하다 보면 고액 자산가들이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고,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듣게 된다. 처음엔 “그사세” 이야기에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게 느꼈지만, 곧 ”굴리는 돈의 규모가 다를 뿐이지, 작동원리 자체는 똑같다 “는 생각이 들면서 흥미롭게 관찰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슈퍼리치들이 부의 대물림을 위해 활용하는 머니 시크릿 몇 가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1. 법인 비용 처리 - Under company name


고액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전략 중 하나는 “법인 비용 처리”다. 이들은 슈퍼카 구입, 주유비, 변호사 비용, 회계사 수임료 등 고가 지출의 상당 부분을 법인, 즉 본인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다. 이는 단순한 체면 차원이 아니라, 아주 효율적인 세금 전략이다. 부자들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1인 기업을 차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인의 수익에 대한 세금은 비용을 제외한 이익에 대해 부과된다. 이때 법인 차량을 회사 비용으로 몇 년에 걸쳐 감가상각 처리하거나 리스로 구입하여 그 경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면 법인 명의로 처리하면 세금 측면에서 훨씬 유리해지는 셈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법인 명의의 슈퍼카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초록색으로 지정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의도는 ‘회사 돈으로 번쩍이는 차를 타는 걸 남들이 알면 민망하겠지’였지만, 정작 자산가들은 이를 정반대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나는 사업가이고, 회사의 주인이다’라는 걸 은근히 드러낼 수 있는 명예뱃지로 여긴 것이다. 그들에게는 법인 명의 자산 운용이 합리적인 머니 무브일 뿐이다.

찐부자 판별법이 된 ”연두색 번호판“



2. 현금이 필요할 땐, 담보 대출 - Asset Backed Lending


부자들은 현금이 필요할 때 가지고 있는 자산을 팔아서 쓰는 순진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보유한 주식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받아서 쓰면 그만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매도하게 되면 양도차익에 세금이 붙는데, 그 자산을 팔지 않고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세금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Buy, Borrow, Die’ 전략이라고 부른다. 자산을 사고, 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사망 시에는 상속인이 시가 기준으로 자산을 넘겨받아 기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부자들은 빌려 쓰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도 자신의 자택을 구매할 때 현금이 아닌 모기지 대출을 활용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신용이 좋은 인물 중 하나이며,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빌리는 고객이기에 은행 입장에서도 최고의 고객이다. 그만큼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고, 가진 자산을 그대로 유지한 채 또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이는 부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자가 되는 이유 중 하나다.




3.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상장 주식 투자 - Private Equity Investment


비상장 주식, 흔히 사모주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자산의 수익률은 상장 주식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물론 그만큼 리스크도 높지만,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10배, 2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례 역시 비일비재하다. 페이스북이 갓 창업했을 당시 회사 벽화를 그려준 아티스트가 현금 대신 주식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마크 저커버그가 이 벽화를 그려준 대가로 현금 6만 달러(한화로 8천만 원)를 받을래, 스톡옵션 받을래? 물었고 무모한 또라이 기질의 화가는 스톡옵션이나 줘! 해서 받은 게 현재 2억 달러(한화로 3천억 원)의 가치가 되었다.

문제는 이런 기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일부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도 제한된 참여는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상장 주식은 창업자, 임직원, 사모펀드, 기관투자자, 그리고 소수의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배정된다.



4. 자녀에게는 일찍이 증여 - Trust fund baby


부자들이 사랑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자녀 조기 증여’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은퇴하고 자녀가 독립한 후에야 증여를 고민한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자산을 이전할 계획을 세운다. 주식 계좌를 미리 만들어 자산을 불리기도 하고, 신용카드를 일찍 개설해 신용점수를 쌓게 하기도 한다.


자녀가 일정 나이가 되면 가족 신탁(Trust fund)을 고용해 소득을 분산시키고, 법적 한도 내에서 증여를 지속함으로써 과세 부담을 줄인다. 이처럼 증여는 시점과 구조에 따라 과세 여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일찍 시작할수록 절세 효과가 크다. 작년에 한창 유행했던 “I’m looking for a guy in finance, trust fund, 6’5, blue eyes” 틱톡 노래에서 묘사하는 “꿈의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Trust fund이다.

한때 인터넷을 장악한 “Guy in Finance” 틱톡


5. 기부와 재단 설립 - Foundation & Philanthropy


많은 고액 자산가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공익재단을 설립하거나 사회공헌에 참여하는 것은 세금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전략이다. 기부금은 개인이나 법인의 과세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어 세금을 줄이는 데 유리하고, 상속세·증여세와 결합하면 더 큰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족재단을 설립할 경우, 해당 재단이 보유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혹은 저율 과세 혜택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법적으로 엄격한 요건을 따라야 하며, 사적 유용이 드러날 경우 혜택이 모두 무효화되므로 철저한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이라면, 본인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고 내 손으로 세상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더 다양하고 쉬워진다.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이 비밀리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 어딘가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어 보여도, 이런 룰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부자가 되는 길에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금융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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