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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시간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연봉협상”

금융권 언니가 알려주는 연봉협상 매뉴얼

by Moneymakeher

돈을 모으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연봉을 올리는 것이다. 투자자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의 양과 그 성장 속도다. 우리 자신도 하나의 1인 기업이라고 생각해보자. 연봉은 이 기업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가치를 높여서 그 흐름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연봉협상”이 있다. 상사와의 불편한 30분 대화만으로 천만 원을 더 벌 수 있다면, 그보다 수익률 좋은 투자가 또 있을까?


우리나라엔 여전히 ‘겸손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상사에게 불편함을 줄까, 자만해 보일까 걱정하며 꺼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사 불편하게 하는 건 싫고, 내 가치를 인정 못 받는 건 괜찮은가? 연봉인상은 직원으로서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그전에, 내가 요구하는 만큼의 성과와 능력을 갖추었는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건 기본 전제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성공적인 연봉 협상에 필요한 팁을 알아보자.




1. 근거는 차곡차곡, 숫자로 쌓아라


연봉을 올리고 싶다면, 내가 잘한 일의 기록을 모아두는 게 필수다. 위기에 처한 동료의 업무를 도와준 일, 상사에게 받은 칭찬 메시지, 고객의 감사 메일 스크린샷, 내가 기여한 프로젝트 등을 하나의 폴더에 차곡차곡 저장해 두자. 협상할 때는 물론이고, 억울한 상황에 놓였을 때도 나를 지켜주는 생명줄이 된다.


그다음은 나의 성과를 숫자로 정리해야 한다. 다른 팀원 대비 팀 KPI에 몇% 더 기여했는지, 작년 대비 개인 KPI는 몇% 늘었는지, 담당 고객수 증가율, 제안서 작성 건수 등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들자. 나는 지금 나라는 회사의 대표다.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자 앞에서 매출 수치와 성장률을 내세워 투자를 받듯, 나도 내 가치를 숫자로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2. 사전조사를 통해 요구할 인상률을 정하기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는 꼭 알아야 한다. 첫째, 지금 회사 안에서 나와 같은 직급, 위·아래 직급의 평균 연봉 수준. 둘째, 업계에서 내 직무와 경력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받고 있는 수준. 전자는 내부 기준점을 알기 위함이고, 후자는 외부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내가 한 직급 아래 사내직원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면? 그걸 근거로 삼아야 한다. 또, 윗직급 직원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 그보다는 낮지만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연봉을 요구할 수 있다.


시장조사는 잡플래닛, Glassdoor 같은 커리어 플랫폼이 많은 도움이 된다. 협상할 땐 모호하게 “좀 올려주세요”가 아니라, “이러한 이유로 x% 인상을 원합니다“라고 명확한 근거와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3. 성과 리뷰 시즌 5개월 전에 말 꺼내기


성과리뷰 시즌에 맞춰서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늦었다. 상사나 인사팀은 그보다 몇 달 앞서 승진 대상과 예산을 정해놓기 때문이다. 성과리뷰 시즌 최소 5-6개월 전에는 상사에게 개별면담을 요청해서 미리 시그널을 줘야 한다.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2-3개월 간격으로 다시 상기시키면 더 좋다.


만약 상사가 “지금 수준으로는 연봉인상이 어렵다”고 말한다면 땡큐다. 어떤 기준을 달성해야 가능한지 같이 협의를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사전에 협의된 목표를 달성하면, 상사는 인상을 해줄 수밖에 없다.


“나는 우리 상사가 좋은데! 이기적으로 굴어서 상사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든다면 정신 차려라. 내 임금은 상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회사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다.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직원이 당신이 처음이 아니다. 상사는 매일같이 이런 일을 핸들링하고 있고 그게 그들의 업무이다.



4. 포기는 배추 셀 때 하는 말


거절은 예상된 수순이다. 돈 더 달라는 직원을 반기는 회사는 없을 테니 안된다는 반응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사팀이나 상사가 연봉인상을 이러이러한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으면 그 답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꼬리를 내려버린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마음이 약해진다면 내가 받을 연봉으로 뭘 살 수 있을지를 잠깐 떠올려라.


이 상황이 불편하고 민망하더라도, 나는 이걸 진짜 진지하게 원한다는 것을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근거들을 다시 한번 내세우며 내가 원하는 보상 수준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연봉 인상이 어렵다면 원치 않지만 이직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전달하자. “얘 좀 봐라?“ 라는 반응이겠지만 사실 속으로는 내가 나가면 닥칠 재앙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나가는 것만큼 회사에 치명타는 없다.


단, 오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 바르게 이야기하자. 아무래도 협의가 안된다면 연봉 대신 다른 보상—예를 들면 복지 혜택, 교육 기회, 지사 발령, 승진—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능한 것이라면 흔쾌히 해줄 것이다.



5. 가장 확실한 카드는 “카운터 오퍼”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회사에서 받은 오퍼를 들고 가는 것이다. “이 정도 조건으로 나를 데려가겠다는 회사가 있는데, 우리 회사는 어떤 제안을 해줄 수 있나요?”라고 말하면 협상은 훨씬 명확해진다. 회사가 나를 붙잡고 싶고, 그럴 여력이 있다면 그에 맞는 인상안을 제안할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아쉽지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으로 옮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물론 연봉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되지만, 이직은 언제나 강력한 협상 카드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연봉이 오르지 않는다는 건, 사실상 매년 깎이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평균 연봉 인상률이 5%라면, 아무 변화가 없는 연봉은 상대적으로 5%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해온 일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건 이기적인 것도, 무례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연봉 인상을 요구한다고 해서 회사가 “이런 배은망덕한 것!” 하면서 나를 자르지는 않는다.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므로 잃을 게 전혀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 된다’는 대답을 듣는 것뿐이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그 대답조차 들을 기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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