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Myth(3) 모든 빚은 나쁘다?
많은 사람들은 대출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금으로 집을 사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상징이며, 대출을 끼고 산 집은 위험한 베팅이라고 여긴다. 나 역시 대출, 즉 "빚"은 나쁜 것, 위험한 것이라고 듣고 자랐고 우리 부모님도 한평생 대출을 받아본 적 없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셨다. 물론 대출은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대출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자들이나 대기업들이 대출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부호인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모두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고,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현금 70조 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조 원의 부채가 있다. 돈이 넘치는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애플이 대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좋은 빚"의 존재를 알고 이를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좋은 빚, 나쁜 빚 구별법
대출은 쓰면 쓸수록 부자가 되기도 하고 가난해지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를 "레버리지"라고 부른다. 레버리지는 일정한 현금흐름을 일으키는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다. 이 경우 대출금으로 구매한 자산이 일으키는 현금흐름이 대출이자로 나가는 돈보다 많아 수익이 발생한다.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돈을 버는 대표적인 예시는 모기지론과 LBO가 있다.
1. 모기지론(Mortgage Loan, 부동산담보대출)
- 정의: 부동산을 구매할 때 받는 장기 대출로, 그 부동산이 대출의 담보로 잡힌다.
- 방법: 집을 살 때 받는 대출을 부동산담보대출이라고 하는데, 보통 사려는 부동산 가격의 60-70%를 대출로 받을 수 있다. 10억 원짜리 집을 대출금 6억 원에 현금 4억을 보태서 산 후, 그 집을 월세 300만 원/보증금 1억 원에 세를 준다고 가정하자. 그럼 1년 동안 월세로 들어오는 돈이 3600만 원이고, 여기에 보증금 1억 원을 3% 금리의 예금통장에 넣어두면 예금이자 300만 원을 추가로 벌 수 있어, 1년 동안 총 39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한편, 대출받은 6억 원의 대출금리가 4%라고 가정하면 (최근 기준) 1년 동안 내야 하는 대출이자는 총 2400만 원이다. 결과적으로 4억 원의 현금만 가지고 6억 원 대출을 받아, 10억 원의 집을 사면, 1년 후 150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2. LBO(Leverage Buyout, 차입 매수)
- 정의: 대출금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그 기업을 매각하여 대출을 갚고 남은 돈을 수익으로 챙기는 투자의 한 형태.
- 방법: LBO는 벤처캐피털, 사모펀드들이 하는 투자 방식이다. 인수하려는 기업의 가치가 100억 원이라고 하자. A 사모펀드는 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현금 40억 원에 10% 금리의 60억 원 대출을 받아 (현재 LBO 금리가 9-10% 정도이며, 대출은 기업가치의 60-70%까지 제공된다) 기업을 인수한다. 인수 이후 A 사모펀드는 구조조정, 경영개선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의 가치를 8년 만에 200억 원으로 불려서 매각한다. 매각금 200억 원 중 대출원금 60억 원과 이자 48억 (11년 이자 6억원*8년) 원, 총 108억 원을 상환하고 나면 남는 수익금이 92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40억 원의 현금만 가지고 60억 원의 대출을 받아, 100억 원의 기업을 사면, 8년 후 92억 원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레버리지를 잘 활용하면 부의 증식 속도는 가속화된다. 부자들이 현금이 넘쳐나는데도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고, 기업들이 대출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출을 받으면 부의 증식효과 외에 상당한 절세 효과도 있는데, 이는 나중에 세금 편에서 다뤄보겠다.
좋은 대출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DSCR(Debt Service Coverage Ratio)"가 있다. DSCR는 대형 금융기관이 대출상품에 투자할 때 사용하는 지표로, 산출 공식은 간단하다. (대출을 받아 매입한 자산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현금흐름) / (1년 동안 내야 하는 대출이자)이다.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많을수록(분자), 대출이자가 적을수록(분모) DSCR는 커진다. DSCR는 최소 1.25x 이상을 유지해야 건강한 대출이라고 할 수 있고, 투자하기 좋은 대출은 DSCR이 1.5x-2.0x 사이이다.
지금까지 좋은 대출의 개념과 관련 지표에 대해 알아봤다. 그럼 반대로 우리가 피해야 할 나쁜 대출, 즉 나쁜 “빚”은 무엇일까? 나쁜 빚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다. 신용카드 할부로 사는 명품 가방, 자동차 리스가 대표적이다.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대출 역시 나쁜 빚이다. '영끌'한 부동산 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영끌족은 앞서 설명한 DSCR 지표나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 여부를 다 무시하고 본인이 산 부동산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에 베팅을 하며 무리해서 큰 금액을 대출받는다. 해당 지역의 호재,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그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투자이겠지만, 반대로 대출금리 상승이나 경기불황 등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해당 매물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본인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대출이자에 허덕이게 된다.
대출은 타이밍
우리는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은행에 예금하는 것은 은행에 대출을 해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은행들은 우리에게 2-4%의 예금 이자를 주면서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준다고 하지만, 그 반댓편에서는 우리가 예금한 목돈으로 7-10%의 고수익 투자상품에 투자해 은행의 자금을 늘린다. 이를 예대마진이라고 하는데, 예대마진이 바로 은행의 주 수입원이다. 예적금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은행은 더 싸게 우리에게 돈을 빌려 자기 사업을 하는 셈이다.
우리도 은행처럼 생각해야 한다. 금리가 낮은 시기에는 예적금을 들게 아니라 은행에 돈을 빌려야 할 때이다. 2020년 코로나의 여파로 경기가 크게 악화되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0-1% 수준으로 낮췄다. 0-1%대의 금리는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좋은 대출의 개념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이때 큰돈을 벌었다.
앞으로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것(higher-for-longer)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 세계 은행들이 시장에 너무 많은 돈을 풀었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졌기 때문에, 은행들은 금리를 다시 올려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을 다시 끌어와야 물가가 안정화된다는 것이다.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에 예전만큼 레버리지 투자를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여전히 DSCR이 1.5-2.0x가 되는 투자 기회는 존재한다. 그러한 기회를 찾아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금리가 떨어질 때를 기다리며 쇼핑 위시리스트를 만들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