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Talk(3) 지인의 돈 빌려달라는 부탁 대처법
2년 전, 지인에게서 급히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필요한 금액은 천만 원대였고, 몇백만 원이라도 도와줄 수 없겠냐고 했다. 이런 부탁은 적어도 30대 후반이나 40대가 되어야 받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인 데다, 전화로 받은 부탁이라 당장 답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고, 최근 그 지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결국 돈을 빌려주겠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300만 원을 그 자리에서 바로 송금했다. 그 후 반년 동안 돈을 모두 돌려받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찔한 경험이었다.
당시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여유 자금이 있었기에 큰 부담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피 같은 돈을 왜 그렇게 쉽게 빌려줬는지 모르겠다. 우리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거절에 익숙하지 않다.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서인지 "네"라는 대답이 자동으로 나온다. 특히, 이런 부탁을 받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법이다. 오늘은 이러한 연락을 받을 것을 대비해,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전 편 <포트폴리오 투자법>에서 다뤘듯이, 현명하게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은 수중에 많은 현금을 두지 않는다. 총자산의 10~20%만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예적금이나 연금, 혹은 투자계좌에 묶여 있어야 한다. 즉, 실제로 빌려줄 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빌려줄 돈이 없다는 내 말을 의심하거나 그 이유로 나를 미워한다면,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가 틀어질 사람이었다면, 애초부터 그 관계는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못해"가 아니라 "안 해"다. 주변인과 돈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내 원칙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열심히 벌어놓은 돈을 누구에게도 빌려주기 쉽지 않다. "미안해, 도와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라는 식의 변명보다는, "지인이나 가족과 돈거래를 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야"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거짓말을 하면 결국 들통나게 마련이고, 스스로도 불편해진다. 돈이 얽힌 관계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법이다. 당장은 도와주는 일이 좋게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관계를 잃는 길이다.
만약 빌려달라는 돈이 내 통장에 여유롭게 있고, 그 돈이 없어도 당장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빌려주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다만, 빌려주기로 했다면 그 돈은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자. 옛 어른들은 빌려준 돈은 없는 돈 취급하라고 했다. 은행은 대출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이며, 여러 계약서를 통해 상환을 요구할 근거가 있지만, 우리는 지인에게 단지 옛정과 믿음만으로 돈을 빌려준다. 이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그 사실을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보증을 잘못 서서 온 집안에 빨간딱지가 붙고 쫄딱 망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보증이란 내 지인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내가 대신해서 그 돈을 갚아주겠다고 은행과 약속하는 것으로, 그 약속은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 즉, 지인이 대출을 못 갚으면 아무 잘못 없는 내가 담보를 섰다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마저 갚아야 하는 빚쟁이가 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게 뭐 있다고,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의 뭘 믿고 보증을 서주는가? 보증은 어떤 상황에서든 하면 안 된다.
내 돈의 쓰임은 오롯이 내 결정에 달려 있다. 주변인의 설득에 넘어가 급하게 결정한 투자 건이나, 친구의 부탁에 못 이겨 빌려준 돈은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후회와 원망을 남기기 마련이다. 금전으로 인해 망가진 관계는 회복이 어렵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따라서 금전적인 부탁을 받을 때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나와 상대방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돈거래는 그 자체로 책임이 따르며, 때로는 거절이 더 큰 책임감을 보여주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