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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eymakeher Sep 17. 2024

돈 빌려달라는 연락이 왔다

Money Talk(3) 지인의 돈 빌려달라는 부탁 대처법

2년 전, 지인에게서 급히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필요한 금액은 천만 원대였고, 몇백만 원이라도 도와줄 수 없겠냐고 했다. 이런 부탁은 적어도 30대 후반이나 40대가 되어야 받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인 데다, 전화로 받은 부탁이라 당장 답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고, 최근 그 지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결국 돈을 빌려주겠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300만 원을 그 자리에서 바로 송금했다. 그 후 반년 동안 돈을 모두 돌려받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찔한 경험이었다.


당시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여유 자금이 있었기에 큰 부담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피 같은 돈을 왜 그렇게 쉽게 빌려줬는지 모르겠다. 우리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거절에 익숙하지 않다.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서인지 "네"라는 대답이 자동으로 나온다. 특히, 이런 부탁을 받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법이다. 오늘은 이러한 연락을 받을 것을 대비해,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수중에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지 말자


전 편 <포트폴리오 투자법>에서 다뤘듯이, 현명하게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은 수중에 많은 현금을 두지 않는다. 총자산의 10~20%만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예적금이나 연금, 혹은 투자계좌에 묶여 있어야 한다. 즉, 실제로 빌려줄 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빌려줄 돈이 없다는 내 말을 의심하거나 그 이유로 나를 미워한다면,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가 틀어질 사람이었다면, 애초부터 그 관계는 잘못된 것이다.


“나는 친구/가족이랑 돈거래 안해“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못해"가 아니라 "안 해"다. 주변인과 돈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내 원칙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열심히 벌어놓은 돈을 누구에게도 빌려주기 쉽지 않다. "미안해, 도와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라는 식의 변명보다는, "지인이나 가족과 돈거래를 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야"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거짓말을 하면 결국 들통나게 마련이고, 스스로도 불편해진다. 돈이 얽힌 관계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법이다. 당장은 도와주는 일이 좋게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관계를 잃는 길이다.


빌려주기로 했다면, 받지 못할 돈이라고 생각하자


만약 빌려달라는 돈이 내 통장에 여유롭게 있고, 그 돈이 없어도 당장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빌려주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다만, 빌려주기로 했다면 그 돈은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자. 옛 어른들은 빌려준 돈은 없는 돈 취급하라고 했다. 은행은 대출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이며, 여러 계약서를 통해 상환을 요구할 근거가 있지만, 우리는 지인에게 단지 옛정과 믿음만으로 돈을 빌려준다. 이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그 사실을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증은 서지 말 것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보증을 잘못 서서 온 집안에 빨간딱지가 붙고 쫄딱 망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보증이란 내 지인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내가 대신해서 그 돈을 갚아주겠다고 은행과 약속하는 것으로, 그 약속은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 즉, 지인이 대출을 못 갚으면 아무 잘못 없는 내가 담보를 섰다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마저 갚아야 하는 빚쟁이가 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게 뭐 있다고,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의 뭘 믿고 보증을 서주는가? 보증은 어떤 상황에서든 하면 안 된다.





내 돈의 쓰임은 오롯이 내 결정에 달려 있다. 주변인의 설득에 넘어가 급하게 결정한 투자 건이나, 친구의 부탁에 못 이겨 빌려준 돈은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후회와 원망을 남기기 마련이다. 금전으로 인해 망가진 관계는 회복이 어렵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따라서 금전적인 부탁을 받을 때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나와 상대방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돈거래는 그 자체로 책임이 따르며, 때로는 거절이 더 큰 책임감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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