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이 풀렸다는 소식과 함께 후쿠오카 비행기 표를 들락날락 뒤져본다. 비싸게 치고 오르던 일본 도쿄 비행 깃 값에 후들후들 해져서는 이리저리 방황하다 그 나만 싼 가격에 마음이 이끌려 가격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도 구경한다. 문득 하카타역의 풍경도 떠오른다. ‘규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하카타 역 근처에 방 잡아두고 역 주변만 돌아도 하루는 거뜬히 보내겠어!’라는 마음이 들끓기 시작했다.
역사 안에서 줄 서서 기다리던 크루아상도 먹고 싶고 덴진의 포장마차 거리에서 유즈 사케와 함께 육즙 가득한 교자도 먹어보고 싶다. 모츠나베와 함께 맥주도 한잔하고 싶다. 모츠나베를 먹으러 후쿠오카에 갔을 때는 막내들을 임신 중이어서 콜라 두병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아쉬워 자꾸만 모츠니베에 꼭 비루(ビール)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역 뒷골목 시끄러운 일본어를 흥겹게 들어가며 하나씩 입속으로 집어넣던 꼬치구이도 생각나고, 지금은 잃어버린 아이스크림 스푼을 샀던 지하상가도 그립다. 비가 내리던 길도 가볍게 걷고 또 걸었다. 코로나 이후로 모든 것이 추억이 되어버린 그곳의 기억들이 하나 둘 나를 간질였다.
우연히 동생과 신정 때 엄마랑 셋이 서울 여행이나 가자고 말했다가 며칠 사이에 “후쿠오카는 어때?”라고 물었다. 그 물음에 순식간에 우리 자매는 흥분에 차올랐다. 그러나 1박 2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할 뿐이다. 방법을 찾아 2박이라도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구정을 앞두고 바쁜 시즌을 보내는 엄마의 직업 특성상 쉽지 않을 듯했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린 보일러처럼 우리의 흥분은 고속으로 식어 버렸다. “시간이 안 되겠지? 갔다 오면 코로나 검사도 해야 하고... 아무래도 힘들겠지? “ 아이들까지 있으니 더 많은 시간은 내기도 여의치 않다는 걸 빌미로 나 스스로에 대한 흥분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가라앉혔다.
”후쿠오카 말고, 종로나 가자! “ 엄마랑 종로라니... 어디를 가면 좋을까? 말로는 맛있는 거 먹고 밤새 수다도 떨고 술도 한잔하자고 했지만 엄마와 딸 둘의 여행은 처음이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셋이서 하루 종로를 지나 대학로까지 엄마의 추억을 따라 걸었던 15살 때 즈음의 그때가 문득 떠오르는데, 이제는 내가 엄마를 데리고 어디로 갈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