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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블리 Nov 04. 2021

B2B 업계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

Anne




사람들이 흔히들 알고 있는 IT 기업, 소위 '네카라쿠배' 라고 불리는 기업들은 모두 B2C 기업이다. (물론 내부 조직에 B2B 조직이 있을 수 있지만, 대표 사업으로 말하자면 그렇다.) 지도, 배달, 미용실, 쇼핑몰 등등 일상과 밀접한 영역의 프로덕트를 갖고 있으며 누구나 잠깐 써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그곳의 UX디자이너들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B2C 기업의 UX 디자이너는 내가 만드는 프로덕트의 제작자이자 사용자가 된다.

반면, B2B 기업은 말 그대로 '비즈니스 투 비즈니스', 즉 제작자가 또 다른 제작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내가 만든 프로덕트의 사용자가 내가 아닐 확률이 매우 높고,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방식과 환경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이 고객인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을 때 천상 문과인 본인은 반도체 책을 사서 몇 주 동안 눈물 흘리며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이렇게 B2B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B2C보다 어렵고, 딱딱하고,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름의 매력도 갖고 있다. 취준 시절, B2C 회사들에 비해 너무나 정보가 없어 알기 어려웠던 B2B 기업에서의 UX. 나와 같은 그 누군가에게 혹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B2B 회사에서 4년 차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지금, 내가 느낀 주관적인 B2B UX의 특징을 적어보려고 한다.






1. 쓰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예상 가능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B2C 서비스에 비해, B2B 서비스는 비교적 명확한 사용자 군이 존재한다. 예) 개발자 포털을 만든다고 치면 특정 직군의 개발자들이, 어떤 경우에 어떤 정보를 위해 포털을 찾는다- 라는 패턴이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보통 처음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면, 명확한 사용자군을 정의하고, 사용 방식에도 어느 정도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체 프로덕트의 방향을 정의하고 설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것은 프로젝트바이 프로젝트..) 다른 말로 하자면, 일반 B2C 프로덕트처럼 애자일 방식으로 수시로 사용자의 사용 방식을 보면서 프로덕트를 수정해나가는 경우가 적다는 말이다

2.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주로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다보니, 사용자들이 조그마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존 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사내 포털의 메일함 구성이 바뀌었다고 생각해보면 된다. 매일 보는 화면이므로 내가 쓰는 방식이 정해져 있을 텐데, 아이콘 하나의 위치라도 바꿔버리면 짜증이 나기 쉽다. 어떻게 바꿔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 하지만 B2C 프로덕트는 쓰다 짜증이 나면 그 앱을 지워버리고 다시는 안 쓰겠지만, B2B 프로덕트는 안 쓰면 업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Top-down 방식으로 툴을 전파하게 되면 빠르게 확산과 정착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 좋아서 쓰는 게 아니라 써야 되니까 쓴다.

위의 특징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일반적인 서비스의 경우, 필요에 의해서만 쓰는 경우보다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 선호도가 사용 유무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B2B의 경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쓰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팬심이 없는 사용자들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만 보고 필요한 것만 쓰는 경향이 크다. 조금은 슬픈 이야기긴 하지만, 그만큼 부차적인 기능보다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에 더 집중해서 설계를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4. 혁신보다는 탄탄한 기본이 중요하다.

심미성, 재미, 혁신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을 더 선호한다. (예: 빠른 속도, 성능, 장애 최소화 등) 그래서 기획자의 입장에서도 본질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 기능을 어떻게 더 재밌게, 아름답게 만들까? 보다는 이 기능이 왜 필요한가? 어떤 업무 맥락에서 사용할까? 등등을 더 많이 고민한다. B2B 프로덕트는 예쁜 인스타 핫플보다는 웃음기를 쫙 뺀, 그야말로 기본기에 충실한 단일 메뉴 맛집 같은 느낌에 가깝다.  


5. 다양한 사용 환경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의 대상이 기업이다 보니, 각 고객/사업장 별로 사용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보안 때문에 특정 환경(ex. 사내망) 접속이 가능한 경우라던가, 같은 환경이라도 권한에 따라 (ex. 정직원, 계약직, 외부인 등) 기능들이 show/hidden 되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수많은 사용 환경과 예외 케이스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걸 처음부터 모두 다 고려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알고 있어야 나중에 설계를 뒤엎는 일이 없다. 


6. Admin 페이지, 정책 별 케이스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위와 같이 천차만별인 사용 환경을 제어하려면, 결국 이것을 다 관리하는 Admin 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사용자 타입별 권한 관리, 결재 여부, 정책별로 보이는 메뉴나 기능의 차이 등등을 모두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 모든 화면과 기능을 다 만들고 Admin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화면 설계와 그 안의 요소들을 제어하는 Admin의 기능들을 동시에 설계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는 이 모든 기능 요건을 꼼꼼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상품 기획자들의 몫이 중요하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물론 이 기획도 디자이너가 함께 해야겠지만 말이다. 


7. 고객을 설득해야 팔린다.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입소문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B2C와 달리, B2B는 홍보를 잘한다고 그 프로덕트가 성공하는 게 아니다. 프로덕트의 사용자인 고객사에게 어떤 베네핏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특히 비즈니스적인 임팩트), 왜 써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잘 설득할 수 있어야 그 솔루션이 팔릴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많이 진행하고, 거기서 얻은 자료와 근거를 잘 가공해놓아야 기업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어느새 B2B 회사에서 일을 한 지 3년이 넘었다. 일을 잘한다고 하기엔 한참 부족한 연차고 선배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엔 커버린 애매한 연차인 것 같다. 그동안 다양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 프로젝트부터, 사내 솔루션 디자인까지 다양한 일을 해보았지만 B2B UX는 해도 해도 계속 배워야 하고, 익숙해지지 않는 분야이다. 내가 만든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상 생활속에서 만나기는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써는 강하게 자랄 수 있는 분야 같다. 당근보다는 채찍이 많은 곳이라고 해야 하나..

누군가가 B2B UX 디자이너로써 커리어를 시작하는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심미적인 UX보다는 효율적인 UX를, 우리가 접하는 익숙한 프로덕트 그 뒤에서 그걸 만드는 사람들이 더 잘 일하고, 더 많은 비즈니스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면, B2B 업계에서 일해보는 것은 어떨까?










밍블리 소속 직업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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