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딴손낫 국제공항에 내려, 숨을 가두는 듯 후덥지근한 무더위와 매캐한 매연냄새가 온몸을 뒤덮어 올 때 베트남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더위속에서도 도로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와 '앵앵'대는듯한 베트남어를 쉴 새 없이 내뱉으며 작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꽤나 신기한 마음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던 베트남에서의 강렬한 첫 기억이 난다.
아침 동이 트기 전부터 오토바이 소리가 도로를 채우고, 해가 채 뜨기 전에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쌀국수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어느새 아빠를 따라 아침을 밖에서 후띠우(국수)를 사 먹으며 베트남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 같지 않게 있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태양보다 빨리 하루를 시작하고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도 신기하다. 그 속에 꼭 잊지 않은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베트남에는 이처럼 아침에만 문을 여는 가게가 많다. 아침 5시가 넘어 동이 트기 시작하면 문을 열고 아침식사 시간이 끝나면 문을 닫는다. 점심시간이 지나 가보면 언제 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했냐는 듯 가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베트남의 한 낮의 태양은 너무 뜨겁기 때문에 낮에는 낮잠을 자고 시원한 밤이 되면 다들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 많던 사람이 다 어디 갔냐는 듯 정오가 지날 때쯤이면 길거리는 한산한 채 나무 밑 또는 처마 밑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그 위에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반면에 저녁이 되면 온 가족이 작은 오토바이 한 대 위에 옮겨 붙어 타고 나와 한 뼘짜리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음식점에서 왁자지껄 저녁을 먹는다.
이렇게 하루를 바쁘고 열심히 사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세계의 자본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디 젊은 인력이 넘쳐나고, 뜨거운 태양과 마주하며 노동력을 끊임없이 뱉어내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앞다투어 그들의 노동력이 탐날 것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