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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숑숑 Mar 08. 2024

어린이문학이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좋았던 <긴긴밤>


<긴긴밤>은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코뿔소와 펭귄의 아름답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또 따뜻한 연대를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코뿔소와 펭귄이라니! 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가 싶었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짝이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노든의 이야기 


이 책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흰바위코뿔소 노든의 생애가 중점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코뿔소지만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노든은 시간이 지나고 그 고아원 안에 있을지 혹은 바깥으로 나갈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노든은 고민하던 끝에 '코뿔소'가 되기로 결심하고 밖으로 나와 서툴지만 아내의 도움을 받아 짧지만 노든의 생에서 가장 찬란했을 시간들을 보낸다. 


이후 노든은 인간들에 의해 아내와 딸을 잃고 다시 동물원에 들어와 유일한 친구인 앙가부를 만나게 된다. 인간들에 대한 적의로 가득찼던 노든을 진정시키고 함께 탈출을 꿈꿨으나 앙가부는 뿔사냥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동물원에서는 뿔사냥꾼을 피하기 위해 노든의 뿔을 잘라내고 노든은 그렇게 긴긴밤을 외롭게 견디며 지낸다. 


한편 동물원의 펭귄 우리에서는 검은 반점이 있는 알이 버려지고 단짝인 치쿠와 윔보는 이 알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전쟁이 일어나 동물원의 모든 우리는 무너지고 동물원은 불길에 휩싸이게 되고 노든은 동물원 밖으로 탈출하며 입에 알을 물고 탈출하고 있는 치쿠를 만난다. 


치쿠는 바다를 향해 노든과 함께 떠나게 되지만 바다를 만나기 전 먼저 숨을 거두게 되고 치쿠에게 알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한 노든은 그렇게 알을 데리고 바다를 향해 가게 되고 알에서는 마침내 펭귄이 태어난다. 


펭귄과 코뿔소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노든은 펭귄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살아남은자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러나 이미 너무 약해진 노든은 더 이상 나아갈 힘이 없고 인간들과 함께 남겨지고 펭귄은 혼자지만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간다. 아마 그 펭귄도 긴긴밤을 보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꿋꿋하게 이겨내리라는 것과 함께!


어쩌면 나보다 용감한 


줄거리만 보면 아주 특별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거나 하지 않은 이야기인데 이야기를 다 읽고 책을 덮으니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노든의 인생이 마음이 찡했고 긴긴밤을 겪게 될 펭귄이 안쓰러우면서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책의 첫 시작에서부터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라는 코뿔소 노든이 등장했다. 꼭 '같지 않더라도'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책의 첫장에서는 먼저 보여줬던 것 같다. 코끼리 틈바구니에서도 노든은 잘 지냈고 그 이후 그의 선택은 놀라웠다. 안전한 그 곳에 머물기보다는 자신을 찾기 위해 야생으로 나가는 선택을 한 노든.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회사든 집이든 안전한 곳에서 도전적인 곳으로 나간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어느정도의 리스크도 감당해야 한다. 안전한 집이 있더라도 일터인 회사만 바꾸는 이직을 할 때도 상당히 많이 망설였던 나와 비교해보면 노든은 용감했다. 


그런 용감한 노든은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지고 그를 그나마 구해준 것이 앙가부였다. 하지만 그 앙가부마저 또 다시 노든의 곁을 떠나게 되었고 노든이 절망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았다. 그런 노든에게 치쿠와 아기펭귄은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노든과 치쿠의 연대, 그리고 알을 이어 받아 노든이 보호하게 된 이름조차 없었던 아기펭귄의 연대는 정말 가슴 따뜻한 연대였고, 노든을 두고 자신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아기 펭귄의 모습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이 좋았다. 


긴긴밤을 견뎌내야 하지만,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말이.


아마도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산다는 건 저 긴긴밤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 긴긴밤을 지내다보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며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서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끼리 고아원에서 할머니코끼리가 어린 노든에게 해주었던 말이다. 사실 이렇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은 굉장히 가슴 따뜻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면서 같이 걸어간다면 사실은 그렇게 문제가 될 일은 많지 않으니까! 




책의 마지막에 나온 일러스트까지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 느껴지게 했다. <긴긴밤>은 어린이 문학이라고 하지만 어린이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읽으면 더 감명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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