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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숑숑 Jun 26. 2024

결혼 4년차, 첫 시도에 바로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낳을까 말까, 정말 가볍게 고민하기 시작해서부터 무겁게 고민하기까지. 정말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을 해봤다. 물론 정답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만의 최선의 답을 찾아내고 싶었다.


둘이 노는걸로도 충분히 14년째 재미있었고, 아마 앞으로도 재미있으리라 확신했다.

영화나 취미생활 등의 취향도 잘 맞는 편이라서 둘이 있는게 심심해서 혹은 외로워서 아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종종 지나가는 아이를 보며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는 어떨지 궁금하다는 생각은 종종했다. 내가 경험해본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이 바로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이라는데, 그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어쩌면 위험한 길이라고 부를수도 있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결심하고 나서도 그렇게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던게, 아이는 하늘이 주는 거라고. 건강한 사람들도 한번에 아이가 생기는 일은 쉽지 않다는 사례를 여러번들었기 때문에 그저 피임을 하지 말아보자고 했다. 물론, 혹시나 아이가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챙겨먹으면 좋다는 엽산 같은 것도 챙겨먹되. 


아이가 생기면 오랜기간 동안 가는 해외여행은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코시국에 결혼해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우리는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꽤나 길게 뺀 여행이라 각자의 직장에서 다소 눈치를 보기는 해야했지만 여튼- 다녀왔다. 


그리고 여행지에 다녀온지 한달이 조금 안되었을 무렵,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생리할때는 아직 멀었는데 가슴이 약간 뭉치고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체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내가 소화가 잘 안된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라 혹시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닌데 이게 바로 증상놀이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커피나 술을 마시기 전에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가. 계속해서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 


다만, 하루에 커피를 3-4잔씩 마시고 일주일에 1번은 꼭 술을 먹는 나였기에 혹시 아니더라도 확인을 하는게 맘이 편하겠다 싶어서 얼리임테기를 해봤는데 희미하지만 두줄이 보였다.


엥...? 진짜 임신...이 된거라고...?


아주 진한 두 줄은 아니었기에 다음날과 그 다음날 다시 한번 해봤는데도 2줄은 여전했다. 


일찍 산부인과에 가봤자 어차피 아기집도 못보니 최대한 늦게 가라고 해서 최대한 늦은 시기로 잡았지만, 친정식구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친정식구들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집안이다. 가족들끼리 술게임을 하는 집이 몇 집이나 될까? 우리는 가족들끼리 술 게임도 주루마블도 하고 1차에 이어 2차, 3차까지도 가는 식구들이었다. 


따라서 만났는데 술을 안마신다면 합당한 이유가 필요했기에 결국 그 예정된 날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초음파를 보고 아기집이라는게 보였다. 아기집이라니- 난생 처음 보는 거였다. 


저렇게 조그마한데 저게 아기집이라고? 아직 뭐가 없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내게 임신 4주 정도라고 말씀해주셨고 아기집이 보이니 임신확인서를 발급해주셨다. 아기집만 보여도 주시는 경우도 있고 난황이 보여야 주시는 경우도 있고 심장 소리를 들어야 주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 때까지도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임신을 했다고..? 저게 아기집이라고..? 

이렇게 첫 시도에 한번에? 


사실은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여러번 시도 끝에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 역시 상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텐데 한큐에 생기다니-! 


감사한 일은 감사한 일인데 동시에 어리둥절한 마음도 컸다. 내 몸은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임신이 되었다니- 정말 이 안에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자라고 있는거라니..! 


그렇게 나는 내가 20대 때 결심했던 결혼을 하지 않겠다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다짐을 30대에 무참히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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