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냐?
주변 사람들은 원대한 꿈과 찬란한 미래를 향한 제 계획에 일단은 한 수 접고 꿍얼댑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계획대로였다면 전 이미 낙도 개구쟁이들의 투정을 다 받아주는 맘씨 고운 초등학교 선생님이 돼 있을 것이고, 퓰리처상을 거머 줘 쏟아지는 경쟁 기자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당연한 것이라 이해하고 있을 것이며, 전쟁과 질병에서 신음하는 난민들의 곁을 지키는 NGO 스텝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온 국민을 TV 앞에 차악~ 달라붙게 만드는 최고의 드라마 작가는 물론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북 디자이너로 출판 시장에서는 모셔가기 경쟁이 한창일 것이며, 벤처 기업의 타고난 실력가 CEO로 연일 이어지는 인터뷰에 바쁘다, 바빠!! 를 연발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괜찮아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 그것이 모두 자기의 미래인 양, 한 번씩은 집적대고 일 벌이는 변변찮은 제 모습에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나 봅니다.
미래를 꿈꾸고 그리는 것이 특기, 취미, 생활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꿈꾸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안타까워했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레 조언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너도 알겠지만… 꿈은 정말 소중한 거야. 네가 꿈을 잃지 않으면 좋겠어. 넌 뭐든지 이룰 수 있어.”
'꿈을 꾸는 것만큼 쉬운 것이 없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알겠습니다.
꿈꾸지 않았던(는다고 생각했던) 썩 괜찮은 그들이 왜 섣불리 꿈꾸지 않았는지 알았습니다.
목표를 향한 전력질주, 죽어라 뛰면서도 하루하루를 성실로 채워나가야 하는 묵묵함, 흔들리지 않는 뚝심... 핵심은 꿈을 그린 이후부터였던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또한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섣불리 꿈을 꾸기도 힘들었을 듯합니다.
'나잇값 못하네’
덜 자란 어른들을 보며 속으로 몰래 내뱉던 비난이 자꾸 떠올라 조바심이 납니다. 나이가 들면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인생 선배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머리카락이 백발이 될 즈음에는 온화한 미소와 넉넉한 가슴은 덤으로 얹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이제는 좀 알 것 같은데, 몸과 가슴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늙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도 해보지만, 애초에 내가 생각한 나이 듦은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일어나야겠습니다.
살아있는 자의 숙명 같은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