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번째 3월 21일의 기록
정말이지 영어가 싫다. 왜냐하면 발음때문이다. 나는 제대로라고 기껏 발음했는데 원어민이 몰라주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 번 더 발음해봤자 그게 그거.
아주 예전에 한번은 도대체 내 발음이 원래 발음하고 뭐가 다르냐며 독일얘 앞에서 투덜투덜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럼 뭐가 똑같은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속으로 '나랑 싸우자는 건가?'라며 눈으로 욕해줬다. 이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한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나니, 발음이란 참 중요한 것이로구나,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된다. 그래도 난 여전히 영어가 탐탁치 않다. 한국어 교수법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영어로 수업하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도록 배웠다. 학생들 모두 영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는 까닭이다. 특정 언어만 편애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며 말이다. 간단하고 단순한 한국어로 쉽게, 쉽게, 손짓, 발짓, 표정, 다 써가며 '쇼(Show)'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음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려야 않을 수가 없다. 나의 하찮은 영어지만, 해도~ 해도~ 영 안 되겠다 싶으면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아주 정직한 발음으로 당당하게. 그러고는, 그래도 갸우뚱하는 학생들의 여전한 반응에 목소리만 점점 커진다. 아~무 의미 없다. 십 대 중반 정도까지는 얄미울 정도로 솔직해서 내 영어는 무슨 말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고 직언 아닌 직언을 해주신다. 얘는 영어 잘하는 몽골 학생이었는데 이때 영어로 나를 'you'라고 지칭하니까 나도 모르게 '응? 뭐라고라고라고라?' 어째 기분이 좀 그랬다.
"이래서 내가 영어로 말하기가 싫다니깐."
그런 까닭에, 어떻게 하면 영어 한마디 하지 않고 한국말로만 쉽게~ 쉽게~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에 빠져 산다. 만일 내가 이거 때문에 머리털이 다 빠져서 대머리 되면 이게 다 영어 때문이다. 나도 안다. 영어를 배우자! 열심히 배워서 소통하자! 이런 결심은 진작에 했었고, 실천 또한 진작에 했으면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됐을 리가. 후후.
예전에 주인공이 다중인격자인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픽션이었던가 논픽션이었던가, 헷갈리는데 이렇게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되는 거 따지려 드는 거 보니 아마 논픽션일 가능성이 크겠다. 아무튼 그 주인공은 인격이 바뀔 때마다 다른 나라 언어를 구사했다. 마치 원래 본체인 자기가 쓰던 것처럼 말이다. 부러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툭'하고 누르면 '툭'하고 그 나라 언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오오오."
아니, 그냥 한국어가 세계를 장악했으면 좋겠다. 후후.
그런데 한국어 대빵이 세종대왕이라면 영어 대빵은 누구지?? 아는 사람? 손?!
대빵도 없는 주제에 그랬단 말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