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못 보는 퇴마사가 내게 집착할 때

꼴통 예고의 미친년은 나야

by 해파링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라고 세일러문은 늘 말했다. 유치 뽕짝 발언이다. 그래도 세일러문은 가느다란 팔다리에 얼굴이 귀엽기라도 하지. 나는 이게 뭐야.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과한 핑크 풀 메이크업은 평상시라면 절대 하고 밖에 나가지 않는다. "너 지금 무지 세 보여." 빵순이는 이것도 전략이라며 요즘에는 센 언니가 대세라고 했다. 누굴 바보 멍청이로 아나. 센 언니는 블랙이지. 블랙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에 매트한 레드 컬러 입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나는 박박 우겼다. 화장대 다리를 붙잡고 버틴다고 버텼지만... 빵순이한테까지 갈 거 없다. 해영이 하나만으로도 게임 끝이었으니까. 해영이의 얇고 가느다란 겉모습은 다 위장이다. 얘는 괴물이다. 저번에는 임산부 좌석에 앉았다는 까닭으로 자기보다 세 배는 두꺼운 청년에게 경고를 다 했던 얘다. 생김새는 깡패에 반항하는 남자를 번쩍 들다시피해서 멀리 던져버렸단 말이다. 이런 얘를 내가 어떻게 이겨 먹을 수가 있겠어. 이렇게 납치 아닌 납치되어 끌려 오긴 끌려 왔는데.

"돌겨어억!"

나 원 참. 나는 무슨 거창한 계획이나 있는 줄 알았다. 무작정 교무실로 쳐들어가서 돌격이라니. 왜 교무실이냐면 우리가 가르침을 주려는 구미호가 이 고등학교 무용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마보이는 같은 학교 수학 선생님이고, 빵순이가 여기 미술 선생님이다. 나는 빵순이를 통해서 마마보이를 소개 받았는데 올해 구미호가 새로 부임하면서 어찌어찌 다 같이 본 게 몇 번이었다. 그 몇 번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게 될 줄이야. 남녀 사이, 알 수 없고 비비 꼬이기 마련이라지만 우리 관계의 경우에는 빵순이가 시작인건 확실했다. 이 시작에 책임감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끝을 내겠다며, 이렇게 책임을 지겠다고 난리를 떠는 것이다. 가슴 빵빵 엉덩이 빵빵 몸매 빵빵한 미술 선생님 덕에 나는 이런 몰골을 하고도 의심 하나 없이 교무실에 도착했다. (왜냐하면 빵순이가 경비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지나가는 학생이며 선생이며, 그들이 묻지 않아도 나를 오늘 수업 시간에 그릴 모델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으니까.) 교무실로 가는 내내 나는 내가 진짜로 학교 관계자가 된 기분이었다. 저기가 바로 총각의 정기를 쪽쪽 빨아 먹는다는, 그 구미호가 숨어있는 곳이렸다. 요망한 것. 꼬리가 아홉이라더니 목숨도 아홉이라고 살랑살랑 꼬리를 천박하게도 흔들어대는 구나. 그짓도 오늘이 끝이렸다. 이 언니들이 아홉 꼬리 몽땅 뽑아주마. 돌격! 외치며 나를 교무실로 밀어넣는 빵순이의 기를 받아, 나는 척척척 구미호 앞에 가 섰다. 흥! 그런 식으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이게 다 뭐죠? 순진한 토끼인 척 연기하겠다 이거지? 가증스럽긴. 이러고도 끝까지 모른척 하나 보자. 머리털을 죄다 뽑아버리려고 잡으려는데, "순지야!" 하는 소리랑 같이 누가 나를 저지했다. 스벌, 얘도 여기서 수학을 가르치지 참. 가만, 지금 편드는 거야? 여기서 꼭지가 확 진짜로 돌아버린다. 더 한 분노가 확 치솟으면서, 나는 마마보이의 뺨을 있는 힘껏 세게 후려쳤다. 구미호는 이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돈 버는 족족 엄마한테 갖다주는 마마보이 주제에. 데이트 비용도 내가 썼으면 더 썼어. 니네 엄마, 내 앞에서 늘 우리 아드을- 우리 아드을- 말끝을 자꾸만 길게 끄는데. 그게 귀엽다고 생각하시는 건 설마 아니겠지? 귀여운 말투를 주고 받는 아들과 엄마 연출이라도 하고 싶으신 거야? 나더러 질투라도 하라는 거야 뭐야? 얼마나 징그러웠는지 알아? 제발- 나 정말 많이 참았다. 그래도 사랑했다. 왜냐면 너가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내 뒤통수를 쳐? 니가 나한테 어쩌면 그럴 수 있어! 개자식. 뒤통수 머리털을 죄다 뽑아 돌대가리 빡빡이를 만들어 주겠어!

"그래! 내가 김순지다. 불렀냐? 왜!"

나를 빡치게하면 나는 남자도 팬다 이거야.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거야.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로맨스가 내게도 말이지. 얼굴은 반반한데 꼴통인 남자 주인공은 이 고등학교 학생이야. 그는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같지. 고독하고, 신비로우며, 홀연히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져. 그것을 우리는 '자발적 조퇴'라고 부르지. 아무튼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어. 그녀는 바로 이 학교의 담임 선생님. 그녀는 그저 그런 보통 여자야. 알잖아? 우리들 같은... 뭐, 하루하루 별 다를 게 없고, 일 하고, 일 끝나면 먹고, 자고, 또 일 하고... 쉬는 날 자고, 먹고, 유투브 보고... 데이트? 푸! 데이트가 뭐야? 편의점 디저트 신제품?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난 편의점 디저트 완전 사랑한다고. 가격 착하지 맛도 비주얼고 나쁘지 않다고. 아무튼 그런 여주인공이 바로 나야. 하지만 순진하고 겁이 많은 그녀는 그의 고백이 당황스러워. 당황스러우면서도 두려운거지. 그래서 거부, 거부, 거부, 그러다가 빵! 총 맞은 것처럼~ 그 둘은 사랑에 빠졌다. 러브! 러브! 러브!

"범죄야."

해영이는 그것은 아동학대라고 했다. 그리고 적어도 20대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나도 알아, 아는데 그냥 소설 한번 써 봤다. 상상은 공짠데 뭐 어때? 이런 거라도 팍팍 아낌없이 써보자.

"이게. 제일 그나마 낫데."

라면서 해영이가 보여준 건 데이트앱이었다. 자기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데 필리핀 사람이고, 이 데이트앱으로 한국 남자친구를 만났고, 2년 동안 잘 사귀다가 작년에 결혼했다고 한다. 자기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 해영이는 아주 잘 사는 집 딸이다. 얼굴 예쁘장하지 돈 걱정 없지 프리랜서로 하는 에디터 일도 취미로 하는 게 분명하다. 내 보기엔 세상 아~무 걱정 없이 살기 딱 좋은 얘인데 본인 말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기도 사연이 있다나 뭐라나. 세상 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쳇.

"앱? 어우야. 싫어. 이상해."

위험하잖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요즘 세상이 다 이래. 요즘은 이런 거로 다 만나. 촌스럽긴."

촌스러워? 내가? 해! 해! 하자고 렛츠 두 잇!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우리집에서 데이트앱 프로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러브러브 대작전♡] 유투버 '콩콩님' 가라사대, 데이트앱에서 프로필따위는 고슴도치나 주라고 했다. 왜 고슴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콩콩님은 외치셨다. 단전에 힘을 빡 주고, "깎까지른 브이라인! 얼굴 절반의 눈망울! 높디 높은 콧대! 샤랄라 마법의 콩가루를 뿌리세요! 꺄아~ 콩!" 라고 말이다. 사기다. 그리고 눈알이 얼굴의 절반이라니 그거, 인간이 아니잖아?

"지독한 외모지상주의 같으니라고."

말은 툴툴대면서도 나는 화장대 앞에 가 앉아...앉으려고 했더니 해영이가 먼저 와 앉아있다. 자기도 할 거란다. 니가? 응. 니이이~가? 응. 진짜진짜인지 또 확인하려고 니, 까지 입모양을 만드는데, "나도 연애할 거야." 먼저 이렇게 선수를 친다.

"아니, 니가 뭐가 아쉬워서 굳이 데이트앱이야. 나가서 헌팅해. 넌 그래도 되잖아? 아니, 하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

"싫어."

"왜?"

"부끄러워."

얼굴까지 빨개진 걸 보니 정말 부끄러운가 보다. 나는 코덕이다. 유투브만 안 했지 잘 나가는 유투버 못지 않은 코즈메틱 컬렉션을 자랑한다. 블링블링, 반짝반짝, 케이스 디자인도 귀염뽀짝깜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주 환장을 하지 환장을.

"어떤 컨셉 두유 원트?"

"섹시."

피부가 좋으니까 화장이 착착착착 잘도 먹는다. 피부에 뭐 하냐고 물으니까, 딴 거 없다고 한다. "딴 거 없고 피부과에 가서 돈을 쳐바르면 돼." 해영이도 참. 얼굴도 예쁜 게 말도 참 예쁘게 한다니까. 해영이를 다 끝내고 나한테도 해주고 있는데 빵순이가 쳐들어왔다. 아, 비밀번호 바꾼다는 걸 깜빡했다. 빵순이는 오자마자,

"아예 대패질을 하지 그래?"

이런 재수없는 소릴 해댄다. 턱 쉐이딩을 하는 나를 보고 하는 망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셀카를 찍어대는 나. 옆에서는 해영이가 아까부터 찰칵찰칵, 해영이도 빵순이가 오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쓴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건 빵순이도 마찬가지라, 사람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냐 그러는 너는 왜 안 하냐,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짠! 축하파티 해야지! 순지, 순지, 우리 김순지이~ 웰컴투 꼴통 하이스쿨!"

그리고 샴페인이 펑! 터졌다. 빵순이는 자기가 터뜨린 샴페인을 자기가 꿀꺽꿀꺽 마셨다. 그렇지! 나 취직했지! 그것도 빵순이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말이다. 일자리에 늘 목말랐던 지난 나의 한국어 강사 시절이여 이젠 안녕 빠빠이~ 잘 가라 이거야. 노동복지관 계약이 끝나고 한 3개월 뒹굴뒹굴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정말 해피하다. 꺄악♡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 드디어 취직했어요. 선생님이 됐다고요!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아~ 어머! 이러면 안 돼, 안 됀다고오~ 우리 사랑은 여기서 멈춰야해. 미아아안~ 후후.

"이사장이 거기서 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선생님'인가?"

너, 그거 나 주려고 가져온 샴페인 아니니? 왜 혼자 다 마시고 난리야.

"근데 너 진짜 너무하더라. 어떻게 돌격은 너가 외쳐놓고 뒤로 쏙 빠지니? 알고 보니까 나 혼자 쇼했더라?"

"나도 먹고 살아야지. 같이 난리쳤다 짤리면, 누가 날 먹여살려? 나는 먹여살려야 하는 토끼같은 내가 있다고."

말하면서 빵순이는 두 손을 대갈통에 대고 토끼 귀 흉내를 냈다. 저걸 확! 토끼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배신자 주제에.

"그래도 잘 됐잖아. 이 언니 덕에, 너의 그 작디 작은 체구로 남자를 패대는 패기와 열정이 세상에 알려지며, 이사장이 너에게 성스러운 일자리를 하사하셨으니."

"변태야. 분명."

해영이가 그렇게 말했지만 어쩐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빵순이를 쳐다보니까 고개를 끄덕끄덕 동의하는 눈치이다. 아... 이거 불안한데. 패기, 열정, 다 뻥이고 알고보니 변태였던 이사장, 아름답디 아름다운 김모씨에게 첫눈에 반하다. 그는 그녀를 낙하산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위를 하사한 후, 강제로 정부가 될것을 강요, 닳고 닳은 그녀를 외국에 취직시켜준다고 속여, 쓸모없는 년이라고 욕하며 쓸모가 조금 있는 장기를 팔아... 으악! 죽여버리겠어 빵순이, 이 모든 원흉이 니 년이렸다!

"변태긴 한데. 그... 니가 맡은 그 반이 좀 그래. 그래서 그래."

"뭐가 좀 그래?"

"꼴통이야."

"응?"

내 눈 똑바로 쳐다보고 똑바로 말해.

"그 반이 말야. 담임들이 자꾸 그만 둬. 대체 왜일까? 얘들은 착한데 좀 꼴통이야."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빵순이가 말했다. 정말 너가 몰라서 내게 묻는 거야? 뻔뻔한지고. 로맨스고 자시고 비극적 학원물이다. 엔딩으로 학교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죽어줘야 하나. 하- 신이시여. 진짜로 신께서 하늘에 존재하신다면, 당신은 미친놈이 분명합니다. 전 남친, 그와 바람난 년, 그래도 저는 까짓거 넓은 아량을 베풀어 감수하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그만큼 백수가 싫어어요. 그런데 줘도 꼭 이런 걸 줘서 시련을 주십니까?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닙니까?

"야, 샴페인 이리 내. 왜 혼자 쳐먹고 난리야?"

술 가져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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