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못 보는 퇴마사가 내게 집착할 때

학부모 상담하러 갔는데 오빠가 왜 나와

by 해파링

꼴통반이라더니 정말 가지가지한다. 타로예술고등학교, 패션모델과 1학년 1반, 나는 삐쩍마른 좀비들과 매일매일 공포영화를 찍는다. 여기서 제대로 된 인간은 '나' 하나, 나머지 좀비들은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제발~ 너네들이 집어삼켜야 할 건 내가 아니라고. 없어서 못 먹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영양실조인양 삐쩍말라가지고 쯧쯧. 음식은 씹어서 삼키는 거지 혀에 대었다가 뱉는 게 아니라고. 얘들은 그런 스트레스를 모두 내게 쏟아내고 있었다. 난 그냥 사춘기 청소년 반항심 정도만 각오했었지, 이렇게나 단순무식 악질일 줄이야. 더 끔찍한 건 얘들은 밥보다 관심이 더 고팠다. 빵빵 터지는 골탕 창작물을 SNS에 올려대는 통에 난 대통령보다 유명해질지도 모르겠다.

"이거, 또 너지?"

누군지 모르게 필터를 쓰더라도 더 우스꽝스러울 뿐, 아는 사람은 다 나라는 걸 안단 말이다. 빵순이는 우리반 '세라'의 SNS 사진 하나를 들이밀었다. 정말 고전적인 장난질이었다. 그날 아침 조회시간에, 좀 늦었지만 새로 오신 담임 환영해주겠다며 모두가 축하해준다고 했었다. 교탁에 이미 초코생크림 케이크가 하나, 막대기 하트 모양 초가 준비되어 있었고. 거기서 내가 '안 돼'라고 할 순 없잖아. 그러자고 했더니 세라 자기 스스로가 나와 초를 켤 태세였다. 그래도 얘네들이 인간의 마음은 있구나, 완전 좀비는 아니었어. 케이크에 꽂힌 하트모양 초가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방심했던 게 문제였다. 내 머리를 케이크에 내리꽂아 처막는 세라의 팔힘은 정말 수치스러웠다. "선생님~ 우린 다이어트 중이라 이런 거, 우웩, 선생님이 다 드세요. 좋아하시잖아요? 딱 봐도 알겠는데." 이렇게 말하며 세라는 내 몸통을 아래위로 훑었다. 앞이 안 보여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생크림을 재빨리 걷었더니, 흘러내린 머리칼이 축축했다. 이 꼴을 세라는 마치 환영파티 귀여운 장난질처럼 보이게 자기 SNS에 올린 것이다.

"당연히 나지. 이것도 나고, 이것도, 이것도, 물론 이 푸르죽죽한 피부에 사팔뜨기 눈도 나지. 봐, 똑같이?"

말하면서 나는 사팔뜨기 눈을 했다. 빵순이 스마트폰 화면을 마구마구 넘기니 이런 종류의 사진들이 수두룩이다. 나, 대체 얼마나 당한 거야? 도대체 자각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삐뽀삐뽀! 코드 레드! 코드 레드! 나는 상태가 무지하게 심각하다는 거, 확실하게 끝내기로 한다. 하지만 어떻게?

"흥! 예쁜 것도 죄라더니. 질투가 이렇게 사람 피를 말린다니깐."

"질투? 누가? 누구를?"

"누구긴. 반 얘들이 지네 담임을. 즉 나를. 잇츠 미."

말하며 마카롱 하나를 한입에 쏙 넣었다. 미술실은 푸근하고 따뜻했다. 빵순이는 미술 선생님이었고, 수업이 없는 이곳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인테리어 감각을 살려 공간을 나누고, 유니크하며 히피적인 비밀 아지트를 만든 것이다. 덕분에 나도 여기서 이렇게 마카롱과 마쉬멜로우 핫초코로 당분을 넘치도록 수혈 받는 중이다. 언젠가는 텀블러 가득 맥주를 채워 출근하고 싶다. 그리고 그 건전한 텀블러로 이곳에서 파티를 하고 싶다는 게 나의 꿈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날 봐. 이건 뚱뚱이 아니라 살짝 통통? 이렇게 귀엽게 잘 먹는데 안 귀여워 질수가 있겠어? 걔들을 봐. 광대뼈 툭 튀어나와서는 교과서 페이지 넘길 힘도 없을 걸? 불쌍하지 않아? 이 맛있는 마카롱을 먹을 수 없다니."

여기서 나는 마카롱 또 하나를 베어 물었다. 우적우적 씹으면서 하려던 말을 마저 한다. 발음이 어중간하게 들린다.

"그 히스테리가 다 뭐겠어? 질투지. 아~ 맛있어. 핫초코는 역시 '스윗첼리'게 맛있어. 이번에 말차맛도 나왔더라. 택배 오늘 온다니까 내일 가져올 게, 같이 먹자. 아이 신나, 후후."

마카롱 나머지 반쪽을 먹으려는데 '타로군'이 샥, 낚아채갔다. 눈앞에서 사라진 내 마카롱, 나는 진짜로 울먹울먹 얼굴을 해버렸다.

"질투는 그런 게 아니다."

'타로군' 이름은 진짜 '타로군'인데, 이 학교 이사장 아들이다. 담당 과목은 '타로심리상담과'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수업이다. 이 학굔 재단이 무슨 '타로교'라는 종교재단이란다. 이사장이 '타로'에 미쳐있을 정도로 아주 신봉자라는 소문이 있다. 교과 과정은, 공통기초과가 국어, 영어, 수학이고 주요 교과로는 패션모델과, 무용체육과, 음악과, 외국어과, 종교과가 있다. 여기서 나는 외국어과 중에서 '한국어과'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도 그럴것이 여기 학교 절반 이상이 다문화가정, 이중국적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과에서는 뭘 배우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타로심리상담'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타로마스터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학교 홈페이지에 광고를 해놨다. 그리고 그 타로인재를 양성하시는 분이 '타로군'인데, 성이 타씨요 이름은 로군이란다. 차라리 성이 '타로'였으면 그게 더 나았을 법한데. 뭔가 아쉬운 이름이다. 아무튼 나랑 빵순이, 타로군은 뭔가 통하는 게 있는지 이 비밀아지트 멤머가 되어 종종 수다를 떨었다. 타로군은 남자인데도 우리랑 어울리는데 위화감이라고는 개코딱지만큼도 없다. 말투가 가끔 '다'로 끝냈는데 우리는 그게 이상한 줄 알면서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러웠다.

"시끄러. 선생님이 질투를 알아요?"

"잘 알지."

잘 안다면서 타로군이 보여준 건, 자신의 유투브 계정이었다. 그는 유투버였다. 유투브에서 제너럴 타로를 하는 모양인데 광고 수익은 없지만, 꽃중년 미혼남의 작고 소중한 취미였다. 나름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지 동영상이 꽤 있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악플들, 딱 봐도 우리 반 학생들이었다. 얘는 세라고, 얘는 세라랑 매일 붙어다니는 시스터즈 한 명인데... 서연이, 맞다, 서연이 엄마가 중국인이랬지. 이건 채리나, 박철, 엘레나, 장우곤... 허허 다 우리반이네. 실명 아이디라니, 이건 일부러 알아봐주길 바라는 신종 놀리기 수법이였다. 요즘 얘들은 이러고 노나보다.

"유명인의 고충이다."

"웃기시네요. 유명은 누가 유명이래... 우, 울어요?"

타로군은 진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지만 눈물 줄기가 가지런했다. 마카롱을 씹는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니 다 큰 남자가 마음이 그렇게 얇아서야.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가 약해 빠졌네.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 흑흑."

"자, 뚝. 이거로 닦아요. 코코아?"

타로군이 고개를 끄덕끄덕했고, 빵순이가 전기 주전자에 물을 붓고, 나는 코코아 세 스푼을 듬뿍 머그컵에 넣었다. 타로군이 제 것으로 가져온 별다방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머그컵이었다. 이때 알람소리가 울렸다. 내 스마트폰이었다. 어디가? 빵순이가 어차피 쉬는 시간인데 좀 더 있다가라고 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더는 이렇게 살 순 없다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 혼쭐을 내줄 거야. 난 선생이고 걘 학생이야. 어디 학생이 선생을 가지고 놀아? 초콜릿생크림이라니.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고 제대로 가르쳐줘야지."

"걔라니? 누구?"

"누구긴, 세라지. 너도 걔 팔로우 끊어. 다시는 그런 사진 볼일 없을테니까."

"저런~ 슬퍼라. 재밌었는데에- 흑흑."

"실컷 울어둬. 진심이야. 언니 간다. 학부모 상담하러."

"학부모 뭐? 상담? 너가? 어떻게? 진짜?"

"내가, 자아-알, 그리고 진짜. 타로군, 이제 걱정하지마. 누나가 다 해결해 줄테니. 진짜 간다. 악의 무리를 처단하러. 빵순이 물 끓는다!"

나는 한 놈만 팬다. 가장 센 놈으로다가. 비겁하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위에서 찍어누르는 것도 방법이면 방법이다. 그래서 세라 학부모 상담을 요청했다. 그쪽에서는 아버지가 오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지금이다.

"안녕하세요. 세라 아버...지?"

응? 오빠를 내가 아빠로 잘못들었나? 응? 심장아 나대지마라. 나는 선생이고 얘는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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