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려워요. 전 남친의 선 넘는 잇몸 걱정
유치해도 정도가 있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저거 질투하는 거야? 마마보이 하는 짓이 그럼 그렇지. 왜? 아주 그냥 엄마한테 이르지 그래? 같은 여자애를 좋아하는 라이벌 하나 처리 못 해서 찌질하게 말이야. 원래 나는 이러려고 모임을 주최한 게 아니었는데, 모든 게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나만 그런 거야? 계속 있자니 껄끄러워 죽겠다. 우리집이지만 내가 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다. 왜냐하면 마마보이가 자꾸 우리의 과거를 로비에게 떠들어 대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김민기입니다. 순지하고 만나는 사이시라고요?“
"로비입니다. 아, 네.“
"한국말을 잘 하시네요. 순지가 많이 가르쳐주나보죠?“
"한국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거의 이십 년정도.“
"저는 순지 전 남자 친구였습니다. 꽤 오래 사귀었습니다만.“
응? 갑자기? 뭐 하자는 거야 김민기. 엑스 보이프렌드따위, 굳이 말할 필요 없잖아. 나는 마마보이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마마보이의 유치뽕짝 찌질이 놀이는 여기부터가 시작이었다. 구미호가 모임에 오지 않아 무지 다행이다. 끼리끼리 논다고, 마마보이도 마마보이지만 구미호 그녀도 한 눈 팔 궁리만 하고 있을 터이니 크게 할 말은 없겠지. 그렇더라도 마마보이가 하는 꼴을 보면 눈을 뒤집어 까고도 남을 것이다. 마마보이를 내게 뺏기느니 시집살이를 해서라도 두 집 살림을 할 구미호다. 왜냐! 걔는 나를 싫어하니까. 매우 겁나게. 그래서 내가 이렇게 먼저 손을 내미는 영광을 하사하겠다는데, 주제를 모르는 계집애는 끝까지 자기만 잘 났다. 나도 이제 더는 싫다 이거야. 짜증나네. 한 잔 해. 마셔! 마셔! 막걸리를 콸콸콸 따라 꿀꺽꿀꺽 들이켰다. 크- 이 맛이야.
"괜찮아요? 얼굴이 빨간데. 꽤 많이 마셨어요.“
몰랐는데 로비는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나보다. 얼굴이 빨갛다고? 여기서, 수줍은 듯 시선을 내리깔고 몰라요 그렇게 자꾸 쳐다보지 말아요 부끄럽잖아요, 이렇게 연출을 하려는데 미친 마마보이가 끼어든다.
"로비씨는 잘 모르시나본데. 제가 순지 주량을 압니다만, 이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다른 술은 몰라도 순지한테 막걸리는 그냥 음료수입니다. 저랑 사귀었을 때, 같이 술집가면 막걸리만 마셨지요.“
말이 많다 새끼야. 로비 앞에서 너랑 나랑 엮지 마라.
"순지 너, 기억나?“
안 나. 새끼야.
"그, 우리가 자주 갔던 막걸리집, 가게 이름이... 풍... 뭐 였는데. 그래! 풍경! 거기 사장님이 우리가 가면 너 막걸리 맛있게 잘 마신다고 서비스 진짜 많이 줬잖아. 하하."
이 새끼가 취했나.
"그래서 너 살 쪘다고, 진짜 울었잖아. 울면서 또 막걸리 마시고. 그때 너 무지 포동포동했었는데. 지금은 살 좀 빠진 건가?“
저게 찢어진 입이라고. 확! 그냥.
"저도 막걸리 좋아합니다. 그게 순지씨랑 맞아서 저도 요즘 살이 붙더군요. 빼야할까요?“
빼야할까요? 로비가 내게 물었다. 어쩐지 나는 대답은 못하고 고개만 마구 저었다. 아뇨! 아뇨! 안 빼도 돼요! 우리 같이 마시고 같이 빼지 마요! 제길, 여기 우리 둘만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어쩐지 얼굴이 뜨겁다. 나만 더운가? 후- 후-
"물 좀 마셔요.“
마침 로비가 내게 찬물을 건넸다. 말 안해도 척척 알아서 해주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냉큼 받으려는데 마마보이가, 아니 그걸 니가 왜 가져가? 로비가 나 마시라고 했지 너 마시라고 했니?
"순지는 찬 물 잘 못 마셔요. 미지근한 물만 마시지. 너 이 시려워서 찬물 싫어하잖아. 내가 다시 갖다줄게.“
그만 좀 해! 나도 찬물 마실 줄 알거든! 시리기는 뭐가 시려. 내 잇몸 아직 정정하거든!
"김민기!“
그만 좀 하라고 이 마마보이야.
"동료 선생님 이름을 그렇게 불러도 돼나요 순지 쌤?“
구미호? 아니 너가 왜 거기서 나와? 구미호가 없었는데 있었다. 언제 왔지? 누가 문 열어 준 거야?
"그것도 학부모 앞에서.“
들켰다. 굳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구미호는 로비가 학부모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근데 나, 불륜을 저지른 것도아니잖아. 왜 당황하지? 침착하자. 심호흡하고, 후- 하- 후- 하- 목소리, 표정, 자세, 하나하나 가다듬고 나는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야심차게 여러분의 앞에서 소개했다.
"늦었네요. 인사해요. 내 남자친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