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과 자고, 전 남편 애를 갖고, 어플로 5명 만나고!
잤다. 결국 마마보이랑 자고 말았다. 사고를 쳐도 제대로 친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 보는 우리집 천장은 원래 흰색인데 지금은 노오오랗게 보이는 구나. 하아- 어쩌다인지 모르겠지만, 굴러떨어졌나? 마마보이는 죽은 시체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다. 차라리 시체였으면 좋겠네. 이대로 이불로 김밥말이를 해서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다. 이불은 하나인데 괘씸하게도 자기가 다 덮고 있다. 저만 홀딱 벗었나, 나도 빨개벗었는데. 하여간 자면서도 자기밖에 모른다. 이불을 홱 걷어다가 내 몸에 칭칭 감는다. 볼록, 튀어나온 엉덩이. 빤히 보고 있자니 어쩐지 화딱지가 난다. 밟을까? 오른 발을 들어 올렸다가, 에휴, 너가 무슨 잘못이 있니, 관두기로 한다. 어쩌다가 얘랑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하기도 싫다. 의미 없다. 나는 로비랑 깨지고, 얘는 구미호랑 깨졌다는데 구미호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한다. 나도 울고 저도 울고, 남녀가 한 방에 붙어 있는데 무슨 일이든 못 일어날까? 그 무엇을 상상하든 야해질 수 밖에 없다.·
"일어 났네. 잘 잤어?“
웃지마. 짜샤. 눈 뜨자마자, 배고파 아침은 뭐야? 이러는데 안 그래도 없던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아침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네 엄마한테나 가서 해달라고 해. 빨리 가, 너.“
하아아- 한숨이 푹 나온다.
"잤어. 잤다고. 걔랑. 마마보이랑.“
이렇게 말하는 빵순이는 표정도 목소리도 감정을 알 수가 없다. 나는 그게 더 무섭다. 여기서 목소리를 내면 메에에- 덜덜 떨리는 염소 소리가 나올 것 같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기 싫어서 고개만 위아래로 짧게 한 번, 끄덕였다. 끄덕, 하자마자, 미쳤어! 빵순이가 내 등짝을 후려친다. 아야! 아파!
"그게 뭐!“
그게 뭐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일단 반항하고 본다. 둘 다 다 큰 성인인데, 뭐 못 할 짓 했니?
"그게 뭐라니? 하필이면 왜 걔니? 바보야!"
"바보? 그러는 넌! 넌 하필이면 왜 걘데?“
욱 해서 말하고 아차 싶었다. 실언을 해버렸다. 나도, 빵순이도, 해영이도 셋 다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일요일 오후,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우리집, 밖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푹푹 신발이 들어갈 만큼 쌓일 것 같다. 아침에 마마보이랑 그런 일이 있고, 빵순이와 해영이에게 긴급 호출을 했더니 이렇게 모여 주었다. 빵순이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한참 몸조리가 중요해서 이런 날씨에는 자기 집에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와 준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하면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취소! 취소야 빵순아. 미안! 미안! 혀를 뽑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나는 하지 않는다. 입은 오리마냥 삐죽 나와서는 가재미 눈을 하고 빵순이 시선을 피했다. 따갑다. 옆 얼굴이 따다다다 바늘이 꽂힌 것마냥 따갑다.
"걔랑은 상관없어. 내 얘야.“
빵순이는 작년에 결혼한 지 한달만에 이혼을 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그럴 수도 있구나, 충격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빵순이는, 살면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이혼한 거야, 아주 재미있게 잘 살았다. 쭉 남자 없이 나는 계속 그런 줄 알았는데, 애 아빠는? 물었더니, 전 남편,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충격이었다. 그래서 다시 살라고? 아니면 미련이야? 물으니까 둘 다 아니란다. 남녀 사이는 알 수가 없다. 쯧쯧. 라테를 담은 내 머그컵은 부드러운 분홍색이고, 빵순이는 요즘 데운 우유만 마신다. 뼈가 튼튼하고 키가 클 가능성이 높은 아가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도 태교의 일종이란다. 그런 의미로 해영이가 오면서 에그 타르트를 사왔다. 달걀이 성장에 매우 좋다면서. 입덧이 없는 빵순이는 에그 타르트 8개 중에 절반을 먹었다.
"앱은? 앱은 좀 봤어?“
해영이가 내게 물었다. 지난번 같이 가입한 데이트앱을 말하는 것이다. 그때 가입만 하고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아니, 너는? 묻자, 나는 뭐, 말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꼴이 잘 되가고 있는 모양이다. 누군데? 누군데? 어디까지 갔어? 잤어?
"다섯 명?“
생각했던 대답이 아니다. 잘 못 들었나? 손가락 다섯 개를 펴고, 다섯 번? 다섯 번 잤다고? 확인을 시도한다. 옆에서 빵순이가 큭큭큭, 해영이더러 제법이란다.
"명! '번'이 아니라 '명'이라잖아.“
그랬다. 해영이는 다섯 명하고 데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이것은 재능이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