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못 보는 퇴마사가 나에게 집착할 때

백설 공주는 키스, 나는 저승사자 뺨 싸대기

by 해파링

백설공주는 왕자가 깨워줬다. 어떻게? 쪽쪽쪽 입맞춤을 쪽, 해줬더랬다. 예쁜이 공주라 그런가? 잠도 예쁘장하게 자더니 깨어나기도 예쁘게 깨어났다. 내가 백설공주님은 아니지만 이거 참 너무하네. 하루에 두 번이나 기절한 것도 어이없는데, 깨어나니 왕자와 일곱 난쟁이는커녕 이거 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선생님 왜 여기서 자요?”


“되게 잘 주무시네요. 코까지 골던데요.”


난 잔 게 아니고 기절했던 건데 다들 내가 잤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도서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서는 침까지 흘리고 있다. 바닥의 서늘한 기운. 메이드 옷 원단이 얇아서 그런지 등과 엉덩이에 그대로 전해진다. 처녀귀신? 저승사자? 도깨비? 미이라? 좀비? 나는 누워서 두 눈을 끔뻑끔뻑한다. 나, 혹시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는 건가? 잠시 잠깐 놀랐다가, 바보같긴, 모두 변장한 것들이란 걸 안다. 쑥덕쑥덕 여기저기서 무지 쑥덕쑥덕댄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몽달귀신 한 놈이 씨익 웃으며 장난을 친다. 쪽팔려.

“아야야.”


왜 뺨이 다 아프지? 어쩐지 온몸이 다 쑤시네. 일어나며 앓는 소리를 내니까,

“얘가 그랬어요.”


처녀귀신이 저승사자를 가리키니까, 너가 시켰잖아, 저승사자 눈이 세모꼴이 되었다.


“시킨다고 진짜로 때리냐?”


공주님은 뽀뽀해줘야 일어나고, 선생님은 맞아야 일어나는구나. 하아, 집에 가고 싶다. 백설이고 나발이고 됐으니까 다들 비켜줄래?


“진짜예요 선생님. 하도 안 일어나시길래... 그런데 얘가 때리면 일어난다잖아요.”

“영화에서 봤어. 왜? 너도 신나서 했잖아.”


“너가 더 많이 때렸잖아.”


“그걸 어떻게 알아? 세 봤어?”


“그래 세 봤다.”


“몇 대? 몇 대? 몇 대 몇인데? 거 봐. 모르지? 모르지? 병신.”


병신, 끝나기 무섭게 처녀귀신이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까불까불하더니 내 그럴 줄 알았다. 사내들이라 그런가 참 되게 거치네. 그래도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할 수 없다. 떽! 이노무시키가... 순식간이었다. 처녀귀신, 저승사자, 엉켜서는 주먹질에 발로 차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주위에 있던 얘들이 좀 말리는가 싶더니, 누가 누구를 실수로 쳤는지 그들끼리도 또 싸우고 지랄이다 지랄. 아, 누가 나 기절 좀 시켜주라.


“그만, 그만!”


그치, 내 말이 들릴 리가 없지. 난생처음 패싸움은 영화에서나 봤지.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 없었다. 그저 넋을 잃고서는, 처녀귀신이 둘, 도깨비가 하나, 몽달귀신이 하나, 저승사자가 하나, 좀비가 하나, 미이라가 하나, 일곱이네. 일곱 난쟁이는 아니지만 일곱은 맞네. 이런 생각이나 한다. 나는 무력했다. 여기서 울면 더더욱 안 되는데, 아씨 울면 안 되는데.


“다들 그만!”


마마보이?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런데 요것들 봐라?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는 똥구멍으로도 안 듣더니. 언제 싸웠냐는 듯이 진짜 다들 그만하더니 슬금슬금 자세를 고친다. 마마보이가 하나, 하나, 이름을 부른다. 이름을 아는 것을 보고, 마마보이네는 귀신의 집을 한다고 했지, 이제야 생각이 난다. 마마보이가 얘들을 보며 씨익 웃는다.


“뭘 그러고들 서 있어. 장사 안 할 거야?”


치. 쿨한 척하긴. 재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