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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 Nov 12. 2024

마음을 퍼내는 두레박

가을

그렇게 걸었어

바람도 햇살도 익숙한 그이가 맞다.


해마다 찾아와

어리던 날을 휘저어 놓은 그 이.


때론 행복했어.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조차

떨리던 때가 있었다.


구멍뿐인 가슴이 시리기도 했어.


그러다 목놓아 울던 나를

부드러운 바람으로 안아주기도 했지.


그 이가 맞아.

그때처럼 설레이지 않아도

그때처럼 울지 않아도


그냥 그런 어른이 된 나를

그냥 그런 하루를 사는 나를


별로 특별하지 않게

어루만지며 인사해.

그 냄새가 분명하지.


죽음처럼 아팠던 지난해처럼

익숙함에 시들했던 두 해 전처럼

반복되고 식상한 감상뿐인

지난 젊은 나날에서도


그냥

툭 치고 왔다

슬며시 떠나가는 그 이.


오늘은 꼭 붙잡고 인사해야지.


나의 가을아!

고마웠어.

떠나기 전에 꼭 말하고 싶었어.

정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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