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만 맛볼 수 있는 핑크빛 향긋함
나이가 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핸드폰 속 앨범에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 내 앨범에도 자연의 사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봄이 왔다는 것을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알록달록한 꽃이 만발한다는 것이다. 노란 개나리를 시작으로 하얀 목련, 핑크빛 벚꽃, 고백의 대명사로 알려진 장미, 봄 신부의 부케에도 많이 사용되는 튤립까지 모두 봄의 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눈에만 담아두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도 조상들이 꽃으로 술을 담그기도 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디저트 중에 한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떡은 자연의 색과 향을 많이 반영한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지지는 떡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화전은 봄이면 진달래, 여름이면 맨드라미, 가을이면 소국, 꽃이 비교적 적은 겨울에는 대추와 쑥갓으로 꽃을 표현해서 만들었다. 식용꽃들이 비교적 쉽게 유통되고 있는 요즘에는 알록달록 더 예쁜 화전들도 많이 보이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조상님들도 1년 내내 예쁜 꽃들을 눈에만 담아두기엔 아쉬웠다보다. 우리의 식탁에도 알록달록 화려한 꽃들을 담아놓고 싶었나 보다.
| 핑크빛 벚꽃의 향을 담은 기분 좋은 쫀득함 사쿠라모찌
벚꽃축제를 할 때 사진 명소가 되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홑 벚꽃도 있지만 핑크빛이 매력적이고 사이즈가 더 큰 겹벚꽃도 있다. 봄이면 벚꽃이 아주 아름답게 만발하는 도시 경주의 불국사 앞에도 핑크빛의 아름다운 겹벚꽃이 예쁘게 피는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 겹벚꽃의 아름다운 색과 향을 소금에 절여 저장해 두고 일 년 내내 즐기고 있다. 디저트에 올리거나 음료로 즐기는 겹벚꽃은 비주얼만으로도 그 자체가 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소금에 절인 벚꽃은 일본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재료이고, 짠맛이 강하기 때문에 따뜻한 물에 헹궈 소금기와 물기를 제거한 후에 사용하면 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일본에서 직구로 겹벚꽃 절임과 도묘지가루를 주문했다. 도묘지가루는 쪄서 말린 찹쌀을 빻은 것으로 기존 찹쌀의 1/3 크기로 알갱이가 살아있는 모찌를 만들 때 사용한다.
처음에 모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선 찹쌀을 말려서 깨야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다 나온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식재료나 소품들을 인터넷을 쉽게 구매를 할 수 있으니 이렇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 통관 번호를 입력하고, 금액만 지불하면 집 앞에 떡하니 내가 원하는 것들이 도착하니 내 식탁 위에 지구 방방곡곡의 음식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내에서 벚꽃 라떼를 판매하는 카페들이 많아지면서 벚꽃 라떼 파우더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흰 팥앙금에 벚꽃 라떼 가루를 넣어 은은한 향과 색을 더했다. 겹벚꽃은 소금기를 제거하고, 도묘지가루는 따뜻한 설탕물을 끓여 반죽을 했다.
기분 좋은 핑크빛을 띄는 도묘지반죽에 벚꽃 라떼 가루를 넣어 은은한 향을 더한 앙금을 넣어 동그랗게 모양을 잡았다. 여기에 겹벚꽃을 얹으면 완성이다. 벚꽂잎으로 감싸주었으면 더 예뻤겠지만 그건 생략했다. 쫀득하면 달달한 맛, 그리고 봄에만 느낄 수 있는 핑크빛의 달달한 벚꽃향과 맛이 봄의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낸다.
| 핑크빛 향긋함의 여운을 길게 만들어주는 달달함 벚꽃청
언젠가 꼭 구매하고 싶었던 벚꽃청을 드디어 주문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도 있었다. 벚꽃이 피고 딱 지금처럼 만개해있을 때 신선한 상태의 벚꽃을 식초와 베이킹소다로 조심스럽게 씻어 내고, 다시 소금으로 한 번 더 살균한 후 설탕과 1:1 비율로 섞으면 된다. 한창 만발해있을 때의 예쁜 꽃을 꺾는 것은 자연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이냐며 핑계를 대고 열심히 일한 나 자신을 위해 이 정도 지출은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구매 버튼을 눌렀다. 투명한 병에 기분 좋은 핑크빛 청과 만발한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아리따운 핑크빛에 기분 좋은 꽃송이들이 가득 차 있는 벚꽃청은 일반 과일청과 동일하게 먹으면 된다. 봄비 내린 저녁에 살짝 쌀랑한 바람이 느껴진다면 따뜻한 물에 타서 벚꽃차로 즐기면 좋다. 햇살이 따스한 낮에는 얼음을 충분히 넣고 시원한 탄산수를 부어 벚꽃 에이드로 즐기면 좋다. 든든하게 우유를 넣어 곁들이면 벚꽃 라떼로 즐길 수 있고, 여기에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곁들이면 벚꽃 프라페를 즐길 수 있다.
작년보다 빨리 봄이 끝나버린 것 같아서 정말 찰나의 순간에 벚꽃이 지나가버린 것 같은데, 벚꽃의 핑크빛과 단맛을 그대로 담은 벚꽃청으로 금세 지나가버린 봄의 맛을 즐겨보는 것을 어떨까. 역시, 벚꽃은 그 존재만으로도 봄 그 자체다.
이미 다 져버린 올해 봄의 핑크빛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어느 봄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