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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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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키친 Nov 27. 2022

왔다, 가을의 맛! _ 무

단맛이 제대로 오른 천연 소화제

식재료의 맛이 변하는 것만으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단맛이 적고 씁쓸한 맛의 무를 그냥 먹어도 달게 느껴진다면 비로소 겨울이 온 것이다. 가을의 무는 일 년 중 가장 맛과 품질이 좋아 김장을 담가 일 년 내내 그 맛을 즐기기는 제대로 된 제철의 채소이다.


무는 수분이 많고 끓일수록 시원한 맛이 우러나와 육수를 내거나 국물요리에 사용하면 그 맛이 정말 좋다. 또한 예로부터 소화를 돕고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는 채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좋아서 어린 시절 감기 기운이 있으면 엄마가 무를 강판에 갈아서 꿀과 함께 섞어 먹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무는 우리 주변에 너무 익숙하게 있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하지만 우리 몸에 좋은 식재료 중 하나이다.


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는데 무청은 말린 후에 시래기로 국을 끓여먹거나 고등어 등의 생선과 함께 조리면 참 맛있는 별미가 된다. 또한 무를 채 썰어서 말리면 무말랭이가 되는데, 무말랭이는 오독오독한 그 특유의 식감 덕분에 고춧잎과 함께 무쳐서 맛있는 밑반찬이 되기도 한다.




| 무로 만드는 밥도둑 무조림

작은 이자카야에 갔다가 기본 반찬으로 내어주는 무조림의 맛에 감탄한 적이 있다. 제철을 맞아 단맛이 제대로 오른 무는 큰 조리 과정이 없어도 완성도 높은 요리가 된다. 재료가 얼마 안 되니 만들기도 쉬운데 가을의 맛을 듬뿍 담은 밥도둑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그 얼마나 행복한 맛인가?


흙을 깨끗이 씻어 낸 무는 껍질을 제거하고 3X4X4cm 정도로 두툼하게 잘라냈다. 그리고 모서리는 깔끔하게 칼로 잘라냈다. 모서리를 칼로 잘라내는 과정은 꽤 번거롭지만 오랜 시간 조리해도 으스러지지 않고 깔끔하게 무조림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잘라 낸 무의 모서리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채수를 낼 때 사용하면 좋다.


냄비에 소고기를 살짝 볶다가 잘라 낸 무를 넣고 무가 잠길만큼의 물을 부은 뒤 간장, 설탕, 맛술, 청양고추 하나, 다시마 한 조각을 넣고 조렸다. 처음에는 강한 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고 나면 불을 약하게 줄여 30-40분간 뭉근하게 끓이는데, 그냥 물을 넣고 조리해도 무에서 시원한 맛이 나와 맛있지만 가쓰오부시가 있다면 가쓰오부시 육수를 내서 만들면 더욱 풍부한 맛의 무조림이 완성된다.


낮은 불에서 뭉근하게 조려 낸 무조림은 젓가락을 갖다 대기만 해도 부드럽게 잘 갈라진다. 밥 위에 잘 익은 무조림을 얹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시원하고 달달한 무의 맛이 우러나온 국물도 일품이고, 취향에 따라서 꽈리고추를 함께 넣어 만든다면 칼칼한 맛이 더해져 개운한 무조림을 만들 수 있다.


| 두 가지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무전

요리하는 스님으로 유명한 정관스님을 뵈러 백양사에 간 적이 있다. 도착하자마자 스님께서 공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셨는데 그때 처음 맛 본 무전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았다. 1cm 정도 두께로 자른 무는 소금물에 삶아냈다. 잘 익은 무는 물기를 제거한 후 부침가루를 묻히고, 전 반죽을 입혀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된다. 고소함 뒤에 느껴지는 무의 부드러운 식감과 달달한 맛이 기분 좋게 잘 어우러진다.


편스토랑에서 류수영 배우님이 소개한 방법의 무전도 한 번 만들어봤다. 무는 채 썬 다음 소금에 절였다. 소금에 절인 무는 꼬독꼬독한 식감을 내면서 수분이 빠지는데 무의 물기를 꽉 짜낸다. 물기를 짜 낸 무에 홍고추와 청양고추를 다져놓고 튀김가를 넣어 반죽을 했다. 무를 절이면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튀김가루만 넣어줘도 전 반죽이 완성된다. 한 입 크기로 떼어 낸 전 반죽을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색다른 무전이 완성된다.


통으로 지져 낸 무전은 무의 식감이 좋고 달달한 맛이 제대로 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채를 썰어 절인 후 지져 낸 무전은 꼬독꼬독한 무의 식감이 아주 좋다. 특히 무에서 느껴질 수 있는 약간의 물 비린내가 고추 덕분에 개운하고 깔끔하게 느껴진다. 겨울, 무를 즐기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달큰한 무 덕분에 소화가 더 잘돼서 과식하게 될 것만 같은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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