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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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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키친 Nov 29. 2022

왔다, 일상의 맛! _ 고수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채소

향이 강한 식재료들은 모두 호불호가 아주 강하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쌀국수 위에 올라간 고수를 접해보고서 식재료에 대해서 항상 도전적인 나에게도 아주 힘든 도전이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세제향 때문에 무슨 이런 걸 음식에 넣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학생 때 중국인 교수님께 중국 요리를 배우면서 고수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뜨끈한 국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잘 맞는 쌀국수를 일상 속에서 많이 접할 수 있으면 물론, 마라탕 열풍이 한국을 가득 채우면서 한국에서도 고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이국적인 음식의 매력적인 맛과 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한정적인 식재료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고수의 맛을 식탁 위에 즐기고 있었다.


황해도와 개성지방에서는 고수로 김치를 담가 먹는다. 지금도 사람들이 즐겨먹고 있으며 향토요리를 기록해놓은 책에도 그 내용이 나와있다. 어쩌면 고수는 다른 채소들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먹어 온 채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고수는 특히,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는데 미나리과의 식물이라서 그런지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향긋한 미나리를 같이 구워 먹는 것처럼 고수를 함께 구워 먹거나 고수로 겉절이를 만들어 곁들이면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진다.




| 향긋한 고수의 향에 고소함을 더한 고수페스토파스타

제철 과일을 오래 먹기 위해서는 쨈을 만들면 되고, 채소는 장아찌를 담그면 된다. 하지만 잎채소들은 어떻게 그 맛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장아찌를 담가도 되지만 페스토를 만들어도 아주 좋다. 예전에 파스타 가게를 운영할 때 주력 메뉴가 바질 페스토 파스타였는데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고수의 향긋함을 오랫동안 맛보고 싶어서 페스토를 만들었다.


고수는 뿌리를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흙을 씻어 내 물기를 제거했다. 아몬드와 잣은 마른 팬에 볶아서 식혔다. 물기를 제거한 고수에 구워 놓은 아몬드와 잣, 마늘, 그라나파다노 치즈, 올리브 오일을 넣어서 곱게 갈았다. 이렇게 갈아 낸 고수 페스토는 팔팔 끓는 물에 소독해 둔 유리병에 넣어 보관하면 된다.


달궈진 팬에 마늘을 삶아 놓은 까라레체면을 넣어 고소하고 바싹하게 볶아줬다. 여기에 방울토마토와 새우를 넣고 면수를 살짝 넣어 준 후에, 고수 페스토를 넣어 색과 간을 맞춰주면 파스타 한 그릇이 금세 완성된다. 오동통한 새우와 고수의 향이 아주 잘 어우러진다. 토마토나 크림소스를 사용하지 않은 오일 베이스의 파스타라 자칫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수 특유의 향과 견과류를 더해 은은하게 느껴지는 고소함이 더해져 아주 매력적인 한 그릇이다.


| 기름을 만나 더 매력적인 향미의 보리새우고수전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고수는 기름과 만났을 때 그 향이 더욱 좋다. 중식을 배울 때 고수 위에 끓여 낸 기름을 끼얹으면 그 향이 더욱 좋아졌었다는 것이 생각나서 고수로 부침개를 부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웬만한 재료들은 전으로 부쳤을 때 항상 맛있기 때문에 고수로 만든 부침개도 아주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고수는 뿌리를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흙을 씻어낸 후, 먹기 좋게 잘라냈다. 따로 부침가루에 물을 섞어 전 반죽을 만들고, 홍고추는 송송 썰어 준비했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손질한 고수를 전 반죽에 푹 담가서 올려준 뒤 보리새우와 홍고추를 얹어 노릇노릇하게 부쳐내면 된다. 청양고추와 양파를 썰어 넣은 새콤한 맛의 초간장을 더해주면 전이 더 맛있어진다.


전 반죽 가득 퍼지는 고수의 향과 노릇노릇하게 지져내어 고소한 풍미도 더해지고, 보리새우가 풍기는 감칠맛이 어우러지면서 고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아주 맛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노릇노릇하게 부쳐 낸 고수전은 비 오는 날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어도, 시트러스 한 향이 살짝 들어있는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더욱더 잘 어울릴 수 있다.




매력적인 고수의 향에 잔뜩 취해버리는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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