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도시

프린지 파크, 조용한 책갈피

by 도시일기

《No. 1432-P / Paju》


하늘과 건물과 바람이 낮고 넓다.

출판도시의 파사드는 dmz처럼, 광고판 네온사인에 점령당하지 않았다. 이토록 조용한 동네를 걸은 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프린지 파크’를 걸은지 얼마 되지 않아

숨어 있던 물 내음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갈대숲과 이름 모를 야생의 기척들.

완전한 야생은 아니지만,

정밀하게 다듬어지지도 않은 자연.

누군가의 손길이 이따금 닿은 듯, 무심한 흙길이 이어진다.


나의 맨발을 관대히 허락하는 흙길.

이 길을 감싸는 건 야자섬유로 만든 ‘썩는 경계’다. 도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선택. 신발 양말을 벗고 내딛는 순간, 간질간질하고 까슬한 감각이 발바닥 아래로 스며든다. 그 짧은 길을 걷는 중에 옅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공원 안내판에서 의외의 문장을 마주한다. “다행히, 소하천과 습지가 보존되어 있다.” 담당자가 F의 성향이 강했거나, 이 프로젝트에 진심이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다행히’라니. 숙고된 감정의 단어를 안내판에서 보게 되어 반가웠다.


출판사 건물들은 대부분 편집숍처럼 정제되어 있었다. 조용하고, 단정하고, 지나치게 침착한 세계.

침착하고 성실히 벽을 타고 흐르는 담쟁이를 지나 정작가님과 들어간 어느 카페. ‘책장’에 셀렉 된 책들을 보고서야 이곳이 효형출판사임을 알게 되었다.


이 도시는 지금도 책의 이면을 조용히 편집 중이다.

도시가 책장처럼 고요하다. 그 책장의 이면은 언제쯤 드러나게 될까.

설마, 그것도 기획 콘셉트였을까.

바람과 흙과 갈대의 시간들이 책갈피처럼 쌓여 있다. 그렇다면 나의 갈피는 어디인가.

나는 이내 웅크린다.

출판되길 기다리며 웅크린 글자들처럼.

그렇다면 나의 글자들은 무엇인가.



사진 : YOUTUBE 공원읽기 "파주출판도시" (c) studio jogak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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