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오동통한 오동공원

《No. 1427-O / Odong》

by 도시일기


오동통한 모습의 오동공원은 다섯 개의 마을이 공유하고 있는 작고 조용한 산지형 공원이었다.

단풍나무와 참나무들 사이사이로 길게 이어진 목재 데크가 마치 숲 속을 가로지르는 문장처럼 펼쳐져 있다.

하아. 숲의 고요함이라니.

나무 틈으로 스며드는 햇빛, 아주 가볍게 흔들리는 잎사귀들, 그리고 그 사이에 숨어 있는 도서관.

숲 속 도서관을 바라보며 나도 숨을 죽였다.

몇몇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그 순간 나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기이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도서관 앞을 지나, 나무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물철쭉 아래 조그마한 벤치가 있었고 거기에 한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밝은 회색의 단아한 수녀복을 입고.

그녀는 어떤 책을 읽고 있었는데,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이 꽤나 고상해 보였다. 그녀는 그림자와 햇빛이 교차하는 경계에 앉아 있었다.

난 그 순간이 너무 뭉클해서, 나도 모르게 “와, 멋있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조용했고, 오래 묵은 무언가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안경너머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 너, 설마…”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책을 덮으며 잠시 말을 멈췄다.

“너… 혹시 리바르-알 시엠의 아이니?”

"네?"

그 아랍어, 페르시아어 같은 이름.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그 이름이 이상하게도 내 안의 어딘가를 흔들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구나. 네 기억이 봉인된 걸 거야.

그가 널 이곳에 남길 때…

네가 살아남으려면 그 방법뿐이었겠지.”

숲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같은 나무 사이에 있었지만 빛의 밀도가 달라졌고, 소리의 감도가 뒤틀렸다. 그 순간 도서관은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공원이 나를 향해 조용히,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자.

“얘야. 넌 이곳의 인간이 아니란다.”

그녀가 말했다.

“넌 다른 행성에서 추방된 남자의 아이이고,

그 리바르-알 시엠은 내 친구였어.

나도 그곳에서 도망친 이후 한때 화성에 있었지.

그리고 지금, 우리는 모두 여기 남겨졌어.”

나는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다정하게 다가와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빛바랜 작은 금속 패.

차갑고 오래된 기호.

아빠의 유품과 닮아있었다.

그걸 손에 쥐는 순간,

어떤 문장이 내 머릿속에서 뜨거운 불빛처럼 떠올랐다.

“기록자 리투바인-시언, 다시 연결."

나는 눈을 감았다.

공원의 모든 결이 새롭게 떠올랐다.

나무는 감정을 숨기고 있었고,

도서관은 기억을 수집하고 있었고,

나무들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존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지구-인간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정말 리바르-알 시엠의 아들인가? 기억을 봉인당한 채 이 행성의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파견된 감정기록자인가?

수녀님은 책을 다시 펼치면서 조용히 말했다.

“너 그동안 이 도시를 참 잘 읽고 있었구나. 숲의 소리, 사람들과 공간의 거리감, 계절이 남기는 감정들까지도.”

잠시 책장을 넘기던 그녀는,

한 장면을 짚듯 천천히 내게 말했다.

“우리는 언젠가, 이곳과는 조금 다른 도시를 다시 건설하게 될 거야. 그 도시는 지금 너의 일기들, 네가 걷고 바라본 기억들로부터 시작될지도 몰라. 그 남자의 일기를 통해 그토록 낭만적인 도시가 탄생했었으니...”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혹시 괜찮다면, 계속 그 기록을 써줄래?

네가 읽은 도시의 마음을.

우리가 그 도시를 잊지 않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사진 : YOUTUBE 공원읽기 "오동숲속도서관" (c) studio jogak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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