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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삼 Dec 10. 2021

노인 혐오하는 나, 정상인가요? Side B

유니의 세포들 02

 


 흔히 쓰이는 옛날 사람 드립, 반 오십 드립 같은 자조적 유머도 비록 화자는 자각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유머 코드 속에 결국 노인 혐오적 정서가 숨어 있다. 점점 교육과 문화와 인식은 발전하는데 오히려 노 키즈존, 잼민이, 틀딱, xx충 등 혐오의 언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며 어느 때 보다 공감받는 이 세상은, 과연 아이러니일까?




근거 있는 노인혐오




 유교걸로서 나 역시 당연히 뼛속 아니 뇌 속 깊이 절여진 장유유서 정신, 그리고 그들의 굽은 등과 힘겨운 걸음걸이를 보며 드는 측은지심이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치 성역처럼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이건 나의 노인 혐오 이야기다.



 노인 혐오라는 말부터 벌써 거북하지만, 용어 정의부터 하자면 이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고작 나이 먹었다고 조롱당하는 게 아니다. 서사와 사연이 있는 혐오다. 지금 이 혐오가 잘못되어간다고 해서 그 원인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그 혐오가 생겨났고 확대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너무나 유명해진, 웃음버튼이 되어버린 짤




 보통 우리는 나이를 제대로 드신 분을 ‘어르신’이라 부르며, 어르신들은 공경의 대상이다. 반면 나이를 날로 먹은 사람들을 ‘노인네’라 칭하며, 그들은 기피의 대상이다. 그들의 특징으로는 분별력 없음, 예의 없음, 염치없음 등있고, 그들이 받는 혐오는 오로지 나이로 대접만 받고자 하는 그들의 행동으로 인한 자업자득이다.



 세상에 일방적인 존중은 없다. 모든 존중은 필수적으로 상호 간의 존중이어야 한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부터 하는데 없던 존경심이 생길 리가 있나. 그들은 초면에 반말은 기본, 막말도 기본, 윽박지름은 옵션이다. 살면서 이를 경험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상 노인들을 직접 겪은 일만 해도 책 한 권 분량이라 이건 나중에 해야겠다. (지하철, 식당, 병원, 당근 마켓 중고거래, 전 집주인, 짚 앞 양재천 등등 일상에서 항상 본다.)



 어느 세대든 당연히 문제 되는 부류가 있고 범죄자가 있는 건 공통이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할 정도면 얘기가 심각하다는 거다. 노인 혐오 프레임을 씌우고 비난부터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잘 고민해보아야 한다. 일베 혐오하면 청년 혐오고, 박근혜 혐오하면 할머니 혐오인가? 핀트가 한참 어긋나 있다. 양아치가 나이 들면 늙은 양아치가 된다, 어르신이 되는 게 아니고. 단순한 이치다. 혐오를 유발하는 건 바로 이들이며, 단지 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우리는 이들을 혐오하게 되었을 뿐이다. 노인공경이라니. 망할 유교사상. 공경할 만한 사람이어야 공경을 하지.



 내가 내 마음에 공경심이 1도 안 생긴다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큰 싸움이 날법한 상황에서도 단지 잘못한 쪽이 노인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사람들이 속으로 삭이고 참아주며 지나갈 뿐, 현실에서 그들이 노인이라서 혐오와 수모를 당하는 경우보다는, 다행히 노인이라서 용인받고 용서받는 경우를 훨씬 더 많이 목격한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노인’ 신분은 곧 ‘가불기’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노인공경이라는 말이 존재하며, 어려서부터 세뇌 수준으로 이 말을 듣고 자라는 유교국가니까.




망할 유교사상이 따로 없다



 

 노인공경. 과연 이게 진리인가? 고민해본다면 사실 '노인'이라고 해서 '공경'을 해줘야 한다는 당위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배려를 해주는 거라면 몰라도. 양보는 배려이지 의무가 아니다. 노인 혐오를 비난하기 전에, 나이 많은 사람 말이 무조건 맞고, 무조건 다 들어주는 구습부터 먼저 사라져야 한다. 이놈의 유교문화 때문에 반말에 진상짓하는 노인들이 당당하게 없는 권리를 외치는 거다. 세계 어디를 가도 노인들이 이토록 당당하게 진상짓을 하는 나라는 없었다. 이게 다 유교정신 때문이다. 공경받을만한 사람은 당연히 공경받게 되어있다. 공경하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할 거다.


 생각할수록 아직도 노인공경이라는 시대착오적 개념과 워딩 존재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노력 없이 먹은 나이로 무슨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걸까. 물론 이 모든 얘기는 나이만 먹고 존중할 줄 모르면서 존중받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유명한 단소할배. 이런 노인들은 초등교육부터 재사회화가 필요하다. 누구보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




 그들 스스로 그렇게 문제의식 없이 살아와서 한껏 버릇 나빠진 채 늙어버린 것을 왜 우리 보고 배려하라 하는가? 왜 우리가 그들의 몰상식과 반지성을 감당해야 하는가? 무지성을 넘어선 반지성, 혐오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의 언행조차 노인이니 참아줘야 한다느니 노인 되면 원래 그렇게 된다느니… 원래 그러는 게 세상에 어딨어, 지가 그렇고 싶으니까 그러는 거지.


 고민할수록 어렵다. 과연 그들의 만행이 우리와 같은 교육을 받지 못해서, 우리와 같은 세상에서 자라지 못했기에 저러는 거라고, 그래서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는 거라고, 인류애와 넓은 마음으로 그렇게 여기고 포용해야 하나? 어느 정도는  동의한. 우리처럼 교육받고 자랐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아무리 우리가 그들을 궁휼히 여겨주려 해도 그들이 우리 안에 혐오의 씨앗을 심고 매일 양분을 주어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고 있음을 어쩔 수는 없다.


 존중과 배려를 안 하는 노인에게 존중과 배려를 안 하는 것뿐이다. 이건 순전히 나이만 많다고 다 덮어놓고 공경받길 원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젊은 세대는 할 만큼 했다. 나이 먹는다고 존경이 주어진다는 발상이 더 웃기다. 공경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얻어야 한다는 걸 그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


 너는 안 늙는 줄 아냐고? 난 그렇게 무례하게 늙지 않을 거다. 우리의 다음 세대 아이들이 커서 노인 혐오하지 않도록 나는 저렇게 되지 않겠다, 이 세대 간 인식 수준 격차, 소통의 부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 이렇게 나는 매일매일 다짐한다.


 혐오라고 해서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화두를 던짐으로써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다. 이 사람 저 사람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고 갈등하게도 한다. 무엇이든 갈등을 겪고서 다음 단계로 발전하고 성장한다. 말이 많은 사회는 활발하고 건강한 거다. 최소한 쉬쉬하고 검열하는 사회보다는 훨씬 더. 이는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단계이며 지금의 혐오가 넘쳐나고 갈등이 폭발하는 이 세태가 오히려 희망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건 원래 그런 거야, 그건 원래 안 되는 거야, 라는 말로 억눌려온 모든 물음들이 드러나면서 낡은 세상에서 탈피할 힘을 갖게 되는 거다.


 노인 혐오하는 나,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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