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뿐 아니라 모든 걸 혐오하는 大혐오 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냥 이 이야기를 먼저 하고싶다.
나이 많은 게 죄는 아니다. 세월 흐르며 누구나 늙는 게 이치이니까. 하지만 메이저 커뮤들을 눈팅해보면 노인에 대한 조롱과 공격이 당연시되고있다. 우리들의 정신에 단단히 들러붙어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혐오처럼 보인다. 틀딱, 꼰대, 쉰내 등의 워딩이 그저 유머이고 밈이 되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나이 성별 외모 업종 지역 국적 인종을 초월한 모든 종류의 혐오에 뇌가 절여져서 혐오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언어란 얼마나 무서운가. 나도 모르게 언어에 지배당하고 있다.
혐오가 무한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이런 풍조는 언젠가 당신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밖에 없다. 현재 온라인 커뮤들 내 모든 대화의 기조에는 혐오가 짙게 깔려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할미 드립은 진짜 할머니도 아니면서 본인이 나이 들었다고 느낄 때 청년들이 사용하는 자조적인 관용어구다. 이것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러한 언어 또한 천박함이 유머로 포장되어온 결과다.
온라인에서 극단적인 노인 혐오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막상 당사자들은 매사에 화가 나있고 편 가르기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다. 혐오할 대상이 필요한 것도 결국 그들의 인생이 고달파서 그런 거다. 내 안에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고 관용을 베풀 정신의 여유도 없으며 혐오를 도구삼아 자기 합리화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생들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불편함이었고 또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불편함이 될 존재들인데 나와 상관없는 집단이라고 치부하는 건 이기적이고 한없이 경솔하다. 안 늙는 사람은 요절하는 사람이다. 50살 이전에 자살이라도 할 계획이 아니라면 나에게 돌아올 업보를 만들지 말자. 당신이 조롱하고 혐오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늙고 있다.
노인공경보다 노인혐오가 만연한 세상.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인내심도 인간성도 져버린 우리.
우리는 혐오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뱉은 혐오는 결국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이것은 문화를 퇴보시키고 사회를 오염시키고 악을 전염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