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망가진 교육의 전쟁터 - 아이가 아니고 방식의 문제.
속지 마세요. 중등 내신을 바라보고 수업하는 중등 학원들과 선생님들은 잘못됐습니다. 아이가 첫째 거나 외동인 경우 마음만 급하고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보여드린 대로, 국내 교육과정상 영어는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치며 모든 방면에서 개연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중등 내신용 공부는 효용이 낮고, 고등 요구 학력은 고등부 가서 해봤자 안됩니다.
따라서 중등 때 내신만 바라보는 공부 말고, 고등부에 중점을 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입시에서 끝내 성공합니다. 그렇다고 냅다 선행은 절대 안 됩니다.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급하신 마음도 이해하지만, 더 길게 더 멀리 보시도록 돕는 게 제 일입니다.
우선, 모순으로 들릴 수 있으나, 어릴 적 독서가 사교육을 이깁니다. 교육의 허브인 가정에서 물려준 독서 습관이 평생 모든 교육보다 중요합니다. 독서를 해야 아이에겐 공부정서와 꿈이 생깁니다. 가장 유효한 입시 대비도 독서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고, 어려서 양질의 글을 얼마나 읽었는지가 입시의 시작과 끝을 가릅니다.
어려서 N세 고시에 돈과 시간을 쏟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넘어 깊은 절망을 느낍니다. 독서는 가장 싸고 좋은 교육이며 평생 최고급 취미입니다. 공부의 출발선상이 다르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어렵고 긴 글을 읽어낼 인내력과도 직결됩니다.
<시기별 교육>
1. 유·초등 저학년: 발달에 필수인 눈 맞춤, 대화, 놀이, 신체접촉을 충분히 제공하고, 한글 떼고 글 읽는 재미에 눈 뜨게 해 주고, 가정에서도 세상의 규칙을 가르칩니다. 어리다고 훈육 없이 사랑만 주다가 사춘기에 갑자기 통제를 시작하고 애를 잡는 양육은 발달학적으로 최악입니다. 처음부터 생활 전반 규율을 철저히 가르친 후 아이가 크면서 점차 자율성을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튜브, SNS의 자극과 중독이 뇌에 심어지면 절대 안 됩니다. 이는 불가역적입니다.
2. 초등 고학년: 기초학력에 충실하세요. 누가 고등 선행을 몇 번 돌렸다는 말이 들려도 믿지도 마시고 진짜라도 내 아이와 비교하지 마세요. 불안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내 아이의 때를 뛰어넘는 학습은 무익·유해합니다. 공부하는 학원은 2개면 충분하며, 그 돈과 시간으로 제발 아이가 원하는 책을 맘껏 읽게 해 주세요. 책의 깊이보다 넓이가 먼저입니다. 다양한 책으로 지식을 접한 아이들은 고등 국어, 탐구과목들 선행도 필요 없습니다. 이미 애벌공부가 다 잘 되어 있어요. 어려운 공부에도 심리장벽이 없고요. 흥미분야와 인생의 목표도 자연스레 생깁니다. 혹여 아이가 쉬운 책만 읽더라도 괜찮아요. 인간 본능상 때가 되면 알아서 레벨 업 하게 돼있습니다. 하다못해 만화책도 아예 안 읽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다만 유튜브, SNS는 절대 안 됩니다. 스마트폰 보다도 스마트폰으로 아이가 쉬이 접하는 온갖 컨텐츠가 만악의 근원이 됩니다.
3. 초6-중1: 슬슬 아이와 진로에 관해 대화하고, 자연스레 입시 정보도 공유하세요. 유해한 자극과 중독으로부터 안전한 통제의 울타리에서 자라서, 독서의 재미를 향유할 줄 아는, 건강한 정서와 욕구를 지닌 아이라면 어려울 리 없습니다. 이때부터 목표와 계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아이가 서서히 입시와 대학을 가깝게 느끼면, 즉 일찍 눈 뜨면 무조건 유리합니다.
건강한 지적 호기심과 공부에 열망이 생기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어른의 힘입니다. 성적 때문에 아이와 멀어지지 마세요. 결과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추세요. ‘너한테 쓴 돈이 얼만데 이걸 점수라고 받아오냐, 이 따위로 할 거면 공부 때려쳐라, 서성한 못 갈 거면 대학 가지 마라’ 같은 말은 절대 삼가세요. 학업, 관계, 인성 다 망가뜨립니다. 아이는 정서가 안정돼야 공부에 집중도 됩니다. 놀랍게도 공부가 진짜로 좋아서 하는 아이들이 꽤 됩니다. 뭐든 한 구석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야 결국 잘할 수 있게 돼요. 어려서 현명하게 선순환을 구축하면 이후에도 알아서 관성대로, 우아하게 좋은 관계, 좋은 생활, 좋은 학습이 이어집니다.
<시기별 영어학습>
1. 저 스스로 영유 1세대로서, 또 제 주변과 제 제자들 데이터베이스로 내린 결론은, 보내도 좋고 안 보내도 그만입니다. 제 직간접 경험상 영유에 들인 돈과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내면화되어 평생 남긴 합니다만, 아이마다 그 효과가 판이하게 다를뿐더러, 하나 마나 하거나, 혹은 안 하느니만도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하며, 도움이 되더라도 입시에 직접적이진 않습니다. 그러니 입시가 아닌 다른 다양한 환경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이유라면, 그리고 가성비에 대해 후회 또는 책망 않으실 자신 있으시면 추천합니다.
2. 초등 저학년: 알파벳, 기초단어, 정확한 파닉스(소리) 인풋을 가능한 넣어주되, 전 영역을 고루 챙겨야 한다는 학원들이 만든 신화에 속아 스피킹, 라이팅 등 아웃풋에 절대 주력하지 마세요. 본래 인간 아웃풋은 최대 인풋의 70%를 넘지 못합니다. 사실 이 시기 아이는 10%만 돼도 성공입니다. (3편에서 설명) 그저 소리, 문자를 접하고, 노래, 그림책으로 자연히 익히면 됩니다. 만 10세 이전 소리에 노출되어야 본능적 방어가 사라집니다.
3. 초등 고학년: 책, 노래 등으로 쉬운 문장 학습을 이어가며 발음기호 읽는 법, 사전 사용법을 꼭 알려주시고 (이상하게도 아무도 안 함) 문법은 품사 정도만 알면 훌륭합니다. 노출은 많을수록 유리하나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극을 줘야 효과적입니다. 팝송도 좋고, 스누피 카툰도 좋고, 비교적 최근 유행한 윔피키드 시리즈도 좋습니다. 내 아이가 좋아하면 그게 최선입니다.
4. 중1: 급격한 환경 변화로 피로도가 높아지며, 두뇌 급속성장기로 양육의 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본격 영어공부를 위한 최적기이도 합니다. 아직 어려 구워삶기도 좋은데 또 슬슬 철도 들어가고, 무엇보다 자유학기제로 시간 여유가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이때 1년은 중등영어 끝내기에 충분합니다. 문법 첫 회독 때 고난도 단원(가정법, 관계사, 분사구문 등)은 완벽할 필요 없습니다. 교육학에서도 이수도에 집착 말고 일단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라고 합니다. 단원간의 유기성이라는 게 있어서 원래 부분만 배워서는 부분을 다 알기 어렵고, 전체를 다 본 후 부분을 보면 훨씬 쉽습니다. (3편에서 설명) 중등 3년간 나선형 교육과정으로 3회독을 제대로 하면 평균 이하 아이들도 종국에 완벽한 이해에 도달합니다.
이 시기에 해야 할 작업은, 폭넓은 소재 글 읽기로 제반지식, 인문학적 소양을 확장하고 게임 퀘스트처럼 허들을 올려가며 도파민을 유도해서 영어에 재미와 호감을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독해랍시고 재미는커녕 한국말로도 이해 못 하는 어려운 토플, 수능 지문을 읽으면 안 됩니다. 많은 학원들이 이 잘못된 방식을 취합니다. 결국 돈 낭비, 시간 낭비에 아이는 성취감과 멀어지고 영영 영어를 싫어하게 됩니다. 호기심, 지식, 흥미는 원래 방사형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이 두뇌 급속성장기에 적절한 텍스트를 잘 읽혀야 영어뿐 아니라 다방면에 유익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단어‘입니다. 단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단어는 사고의 최소 단위이므로, 단어 없이는 어떤 영어공부도 무의미하고 독해수업도 그저 무용합니다. 제발 단어가 빈약한 채로 어려운 독해공부에 치중하지 마시고, 제발 쓰지도 않는 어려운 단어들 좀 암기시키지 마세요. 중1 때는 수능‘기초’ (2000개 미만) 2회전을 권합니다. 말 그대로 수능'기초'라서 아이 입장에서 아는 단어들이 꽤 있어 친숙하고, 만일 너무 쉬워하면 수능‘필수’로 난이도를 올리거나 일 암기량을 확 늘리면 되지만 그럴 일 없습니다. 또 무턱대로 암기부터 시키지 말고 방법 먼저 알려줘야 합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