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대통령, 요즘은 백수
나는 아이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우리 ㅇㅇ이는 꿈이 뭐야? 하고.
그런데 몇 년 째 급증하는 장래희망(?)이 있다.
대부분 아이들은
없다, 잘 모르겠다,고 하다가 결국
"돈 많은 백수요!"라고 답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공감의 반응이 나온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없어요"라고 한다.
심지어
ㅇㅇ이는 ㅇ요일 스케쥴이 어떻게 돼? 물어보면
한참 생각해보다가
"어... 잘 모르겠어요"한다.
자신이 어느 요일에 무슨 학원을 가는지
기본적인 자기 스케쥴과 루틴도 모르고
"엄마가 가라는대로(?)" 간다는 것이다.
요즘 애들 발육이 좋다고들 하는데
진짜 몸만 컸을 뿐 막상 들여다보면
육신에 대한 정신의 지체현상이 심각하다.
나는 이 아이들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회피와 무기력을 본다.
착잡하다.
슬프게도
이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나이 먹는 것' 그 자체다.
매년 학년이 올라가는 것도,
어른이 되는 것도,
독립하는 것도,
극도로 두려워한다.
평생 어른이 되기 싫다고 한다.
평생 부모님과 살고 싶다고 한다.
끊임없이 듣는 말인데 아직도 적응이 안됐다.
내색은 안하지만 매번 새롭게 충격적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모든 결핍을 채워주고
모든 기회를 대행해줬기 때문 아닐까.
실패할까 봐, 다칠까 봐, 돌아갈까 봐
모든 것을 챙겨주고 정해준 대가.
그 결과로 아무 의지도 열망도 없고
평생 부모 그늘에서 살려고 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게 아닐까.
내가 봐도
우리 어른들 대부분이
전혀 행복하거나
훌륭해 보이지 않기도 하고.
아이들은 결국
삶에 치이고 스트레스받고 불평하는 어른들만 보며
어른의 삶을 학습한 게 아닐까.
그러니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건 당연할지도.
아이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건,
평생 회피형 인간으로 만드는 건,
우리 어른들이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
그래야 의지도 강하다.
그래야 마음도 강하다.
그래야 세상에 나가서도 편안하다.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게,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게 훈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어른,
훌륭한 어른,
존경할만한 어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나는 어려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이 세상에, 우리 주변에,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을 늘 했다.
나는 우리 제자들로부터
'수업을 잘한다' '성적이 올랐다' 라는 말보다
'선생님이 존경스럽다'
'선생님 덕분에 꿈이 생겼다'
'선생님 덕분에 공부가 좋아졌다, 독서가 좋아졌다'
'나도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삶으로써 증명해주고 싶다.
아무리 힘들어도 일은 보람차고 행복한 것임을.
어른이 되는 것은 결코 두렵기만 한 일이 아님을.
나이 먹는 것도 청춘만큼이나 좋은 일임을.
영어보다 더 중요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나보다 더 훌륭한 미래세대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