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인가 공산품인가
요즘 서점에 가면 기시감을 느낀다.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제목, 어디선가 본 듯한 책들이 진열대를 메우고 있다. 패스트패션과 다를 것 없이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모두가 비슷한 것만 찍어낸다. 책 하나가 흥했다 하면 아류작들이 쏟아진다. 역병처럼 키워드 하나가 돌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유행에 편승하느라 서점은 희한한 모양새가 된다. 예쁜 표지와 예쁜 단어로 잔뜩 꾸며놓고 막상 펼쳐보면 텅 빈 책껍데기들. 뜬구름 같은 감성만 있고 속알맹이는 건질 것 없는 것이 꼭 책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보인다.
'윤슬', '바다', '여름', '영원', '구원' 등 트렌디한 키워드가 홍수를 이룬다. 제목도 다 거기서 거기. 무슨 어쩌고 '상점', '편의점', '백화점', '식당', '서점'까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다. 이제 파스텔 톤 배경에 누워있는 인물 일러스트 표지는 진부함의 극치다. 외양과 형식만 흉내 낸 게 아니라 내용과 글투마저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하다. 깊이 있는 사유와 독창성은 찾아볼 수 없고 SNS에서 '좋아요'나 받을 법한 가벼운 서사와 감성글만이 페이지를 메운다. 복잡다단한 인간 내면의 층위나 사회의 모순에 대한 통찰과 탐구 없이 쉽고 빠르게 소비될만한 얕은 감상만 재생산한다. 그저 예쁘고 거룩한 문장으로 대충 감상을 어루만지다가 흐지부지 끝난다. 글은 완성도랄 것도 없이 구멍이 숭숭해 허술하다. 인문학적 성과도 없고 문장력은 인터넷에 포스팅하기도 얄팍한 수준이다. 가볍고 납작한 그 언어를 문학 취급하고 싶지도 않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다른 말로 아무나 작가가 되는 세상. 과연 좋기만 한가? 물론 파이가 커지고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은 기쁜 일이며 그 와중에 또 좋은 작품들도 나오기야 하겠지만, 문학은 모방의 예술이 아니다. 작가놀이에 심취해 유행하는 단어들로 덕지덕지 기워놓고 내러티브는 엉망인 누더기가 책의 형태를 갖춰 세상에 나오는 게 씁쓸하다. 작가의 일은 공업적 생산이 아니다.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작가의 본분이다. 책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결국 옥석을 가리는 건 독자들의 몫이 되었다. 독자들도 이런 복사기 문학에 길들여지지 말고, 진정한 목소리를 가진 작품들을 찾아 소비해야 한다. 그래야 문학이 온전히 살아 숨 쉴 수 있다. 모방과 진부함의 무덤에서 벗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