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삼 Jan 29. 2021

절대악 개막장 드라마가 주는 찐카타르시스 <펜트하우스>

????: 뭐 이딴 드라마가 다 있어?


JTBC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이후 화제성 갑이었던 SBS <펜트하우스> 시즌 1 이야기다.   

 

무려 공중파 드라마라니 대.다.나.다. 그간의 모든 막장은 잊어라. 막장에 막장을 뿌리고 비비고 버무리고...



 당신이 연배가 좀 있거나 드라마 덕후였다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김순옥 작가 스타일에 뭐 놀라지 않을 수도 있겠다. <스카이캐슬>과 <부부의세계>를 교배시킨 돌연변이 혼종같은 이 드라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참된 막장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깨우침을 준다. 초반 부자들은 전부 다 악마들로 묘사하고 (생각해보니 서민들도 다 악마네.) 입시와 예술과 모든 상식을 비웃는 듯 박살내는, 막장 공식을 다 때려박은 이 드라마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보는 내내 너무 불편한 요소가 많다.  드라마로 인하여 기분이 더럽고 찝찝한 건 또 처음이었으며 신고하고 싶을 정도였다. 어디에 신고할 수 있나요? 진심. 



우리 설아 살려내란 말입니다. 네? 알고보니 안 죽었다고요?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디폴트값이 곧 악마다. 저 가여운 소녀가 아이들한테 줘팸당하고 어른한테 구둣발로 짓밟힘당하고 있는 걸 보자니 뻔하고 오글거리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성질이 뻗쳐서 못 볼 것 같아 패쓰하려했다. 결국 다시 보게 된다. 그래도 결말이 권선징악이라 욕하면서도 보는 작가니까 제발 훈훈한 시즌 2 전개와 최종결말까지 기대한다.


 임성한, 김순옥류 즐겨보는 막장 매니아들, 잔잔하고 착한 드라마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변태성향 그득한 이들에게는 추천한다. 다신 없을 병맛 마약드라마는 확실하니까. 



개막장에 개막장을 곱하면 힐링물이 된다?


????: 이건 삶에 낙이 없는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한 최고의 처방이다. 이 드라마를 봐라.



 개콘 <시청률의 제왕> 코너가 기억난다. 사람이 담백하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 위주로 보다가 이 막장의 맛을 한번 보면 못 빠져다온다.


 순옥드는 늘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뛰어넘는다. 주인공은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게임캐릭터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잔인한 싸움도, 서로 다 죽고 죽여도 괜찮다. 왜? 어차피 살아날 수 있다. 


 이게 뭐냐구요? 왜 이 따위로 끝나냐구요? 내가 시즌 2를 보면 인간이 아니다? 놉!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시즌 2를 볼 것입니다. 욕하면서도 당신은 궁금하고 재밌으니까 끝까지 다 볼겁니다.     


정상이 없다. 도덕성 제로. 이게 바로 묘미다.



 애시당초 당신은 불륜, 폭행, 살인 비롯 온갖 하드코어 막장 종합선물세트인 것을 다 알고도 <펜트하우스>를 시청했다. 욕하면서도 궁금하고, 보고싶지 않은데 자꾸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인정해야한다. 막장의 매력을. 그 흡입력을. 모럴 없는 이 드라마가 역설적으로 우리의 갈증을 해갈시켜준다는 사실을. 이걸 보고있는 우리는 모두 막장에 처맞으며 스트레스 해소하는 존재임을.


 초반 막장 과다에 돌아선 시청자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결국 대부분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본다. 말초적 자극은 어쩔 수 없다. 마치 맵고 짠 음식처럼, 뭐든 자극적일수록 해로울수록 더 강렬한 중독으로 귀결된다. 사는데 낙이 없는 불쌍한 우리 존재에게 이 드라마는 지루하게 기승전결을 기다리고 앉아있을 필요 없이 시종일관 절정의 짜릿함만을 선사한다. 미쳐 돌아버린 이 막장텐션에 눈을 뗄 수 없다.    



이것은 드라마인가 개그인가



 자극적이니까 재밌는거고 막장이라 성공한거다. 요즘 우리는 다들 집에 갇혀 그날이 그날이고 어제가 오늘인 날들을 보내고 있다. 삶이 밍숭맹숭할수록, 현실이 우울할수록 막장드라마는 더 짜릿하다. 작가가 그 사이에 미드를 많이 봤는지 막장의 차원이 어나더레벨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전개가 미드급 시즌 10 수준인데 이건 못참지.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뉴스에서, 기사에서 날마다 보고 겪는 온갖 현실 속 막장에 자주 화가 난다. 이 싸이코 드라마는, 웃기게도,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극적일수록, 캐릭터들이 제 정신이 아닐수록, 소리지르고 깨부술수록 더.막장은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희한한 결론이다. 땅땅땅.   



작정하고 만든 막장드라마는 웃음유발 힐링물이 된다.



 아무튼 막장이 일정값을 넘어서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준 드라마다. 볼때마다 그냥 웃겨서 미치겠다.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계속 보게된다. 황당하고 유치한 설정+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에 그러려니 보게되고, 빠져들고, 박장대소하며 즐기게 된다. 시대가 우울할수록 이런 게 확실히 더 먹힌다. 우리네 걱정과 근심을 잊게해주는 현실도피용 드라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msg, 캡사이신 오지게 처넣은 시뻘건 떡볶이를 기꺼이 사먹는 인간 심리와 비슷한 역설인 것이다. 


 보다가 안보다가 해도 상관없고, 아무 때나 봐도 부담없는, 개콘같은 드라마. 비웃으면서 끝까지 보게 되는 드라마. 욕하면서 보는, 처음부터 그러라고 만든, 철저한 오락용 드라마. 막장으로 심리적 욕구를 해소해주는 괴상한 매력의 블랙코미디. 드라마가 웃긴데 이걸 보고 있는 내가 더 웃긴 신비한 체험.    


안 웃고 연기하는 배우들 존겅합니다.



 아직도 안 본 사람 있나 싶다. 심각한 드라마 아니고 혹시 그게 진입장벽이라면 초반만 지나면 안다. 현실이 팍팍하니 이런 억지 저질 드라마를 오히려 가볍게 볼 수 있는거다. 정신건강을 위해 폭력이 난무하는 게임, 캡사이신 때려넣은 떡볶이를 즐기는 모든 평범한 변태들에게 추천. <눈이 부시게>처럼 잔잔한 감동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착한 드라마만 보고싶은 사람이면 정신건강을 위해 걸러라. 


 사람 심리를 가장 잘 꿰뚫어보는 이! 돈 버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이! 이 시대의 진정한 작가! 김순옥의 <펜트하우스> 시즌 1 리뷰 끗.

매거진의 이전글 봄날씨같은 웰메이드 힐링드라마 <눈이 부시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