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사람이 임자(4)

내 거야! 아무도 못 줘!

by MMQ

다리가 둘 뿐인 낙타가 물구나무를 선 채 온몸에 삶은 스파게티를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것 같이 생긴 그들은 입인지 발인지 모를 부위를 오므렸다 벌렸다 하며 신호를 보냈습니다.


"반갑다. 안녕. 지구의 존재. 우리는 (무쇠쟁반이 깨지는 소리)에서 온 (개똥지바귀가 재채기하는 소리). 안녕."


다이엔 씨가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자 그들은 귀인지 팔꿈치인지 모를 부위를 접었다 폈다 하며 다시 신호했습니다.


"여행. 우리는 가다. (책장 넘기는 소리)에서 (시금치나물을 벽에 던지는 소리)로. 여행.

우리는 당하다. 충돌. 운석. 그래서 안녕. 지구. 불시착.

망가지다. 우주선. 부품. 실종. 우리는 희망한다. 귀환."


갑자기 속눈썹인지 엉덩이인지 모를 부위가 선풍기처럼 돌아가면서 신호가 한층 더 격렬해졌습니다.


"우리는 원한다. 부품. 코트 주머니. 우주선. 부품. 우리는 원한다. 거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우주선과 지구가 어쨌다고요?"


"우리는 원한다. 부품. 지구의 존재. 코트 주머니."


"글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니까요? 코트 주머니가 뭐가 어째요?"


"원한다! 부품! 지구의 존재! 코트 주머니!"


다이엔 씨는 마침내 알았다는 듯 손뼉을 짝 쳤습니다.


"아하! 어디 멀리서 관광하러 오신 분들이구나! 근처 맛집이라도 알려드릴까요?"


(무쇠쟁반이 깨지는 소리)에서 온 (개똥지바귀가 재채기하는 소리)들은 스파게티가락을 부르르 떨며 연기를 쉭쉭 내뿜었습니다. 그러다 삐 하는 이명이 들리는가 싶더니 노란 불빛이 번쩍번쩍 하며 다이엔 씨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지요. 다이엔 씨는 코트 속의 '그것'을 꼭 움켜쥔 채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뭔가 차갑고 촉촉한 것이 다이엔 씨의 콧등 위로 떨어졌습니다.


"첫눈이다!"


하늘하늘한 눈꽃송이가 빈틈없이 사방을 수놓자 거리 여기저기에서 환호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다이엔 씨는 슬그머니 실눈을 떴습니다. 그랬더니 대체 뭐에 놀랐는지 (무쇠쟁반이 깨지는 소리)에서 온 (개똥지바귀가 재채기하는 소리)들이 우왕좌왕하며 꽁지 빠지게 도망치고 있지 않겠어요?


다이엔 씨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곤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막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설 때였습니다. 갑자기 집 앞의 깔개가 쩍 벌어지더니 새까만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커다란 입이 나타났습니다.


"오 낯선 이여. 그대의 코트 주머니 속에 내가 잃어버린… 커허헉!"


그러나 깔개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다이엔 씨가 깔개에 발을 비벼 눈 찌꺼기를 털어내고 냉큼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으니까요.


다이엔 씨는 코트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연장통에서 접착제를 찾아들고 곧장 욕실로 들어갔지요.


욕실 벽엔 일주일 전 다이엔 씨가 실수로 깨뜨린 타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여기부터 저기까진 제비 꼬랑지처럼 쭉 갈라졌고, 이쪽부터 저쪽까진 둥글게 패였고, 요 아래부터 저 위까지는 악어 이빨처럼 뾰족뾰족하게 금이 간 것이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거든요.


다이엔 씨는 접착제를 짜 깨진 타일 틈에 바르고 ‘그것’을 조심히 끼워 넣었습니다. 그러자 정말, 정말 놀랍게도 어디 하나 어긋난 곳 없이 아귀가 쏙 들어맞는 게 아니겠어요? 붉고 파랗고 선명하고 흐릿한 다른 욕실 타일들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면서요!


"역시 완벽해!"


다이엔 씨는 뿌듯한 얼굴로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 싱크대 손잡이를 올려 물을 틀고, 비누를 문지르고, 충분히 거품을 내 손을 꼼꼼히 씻은 뒤에 흐르는 물에 거품을 씻어내고, 수도꼭지를 잠그고, 수건에 손의 물기를 닦은 다음


욕실을 나와 문을 닫았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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