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사람이 임자(3)

내 거야! 아무도 못 줘!

by MMQ

“아이고 미안합니다. 제 처지가 이렇다보니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고 인사를 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유령은 메마른 볼을 문지르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시린 한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당신 뭐에요? 왜 남의 다리에 붙어 있어요?”


“진정하세요. 개중엔 불쑥 나타나 겁만 주고 사라지는 성질 고약한 유령들도 종종 있는 모양이지만 전 그런 유치한 놈들과는 다르답니다. 제겐 엄연히 용건이 있다고요.”


“무슨 용건이요? 나한테 원하는 게 뭐에요?”


유령은 주변 눈치를 보더니 입술에 검지를 대고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차표를 잃어버렸거든요.”


“차표요? 무슨 차표요?”


“우리 유령들은 때가 되면 이승을 떠나 '저 너머'로 건너가야 하거든요? 이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된단 말이죠.”


낮게 웅웅거리는 유령의 목소리는 마치 큰 고양이과 짐승이 갸르릉대는 소리 같았지요.


“이때 '저 너머'로 건너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그 차표랍니다. 무슨 차를 타는 표냐고, 어딜 가는 표냐고 물으셔도 말씀 못 드려요. 애당초 말로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차표라… 글쎄요. 전 주인 잃은 표 같은 건 보질 못했는데요.”


“흔히 아는 차표랑은 생김새부터가 달라요. 이게 어떻게 생겼냐하면 말이죠, 알이 굵은 밤톨보단 크고 말라붙은 땡감보단 작거든요? 그런데 철쭉보단 붉고 새벽녘보단 푸르면서 갓 내린 커피처럼 진하고….”


“그런 물건은 본 적이 없어요.”


“제 말 아직 안 끝났는데요?”


“이미 충분히 들은 것 같네요. 그럼 안녕히.”


“에이에이, 선생님. 뭐가 그렇게 급하세요?”


유령은 입을 길게 찢어 웃으며 다이엔 씨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왠지 몸집도 아까보다 1.5배 정도 커진 듯 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마저 들어보세요. 듣다 보면 기억이 날 수도 있잖아요?”


“아니요. 전 정말 몰라요.”


“지금 많이 바쁘세요? 어디 급하게 가셔야 돼요?”


“네. 이만 가봐야겠으니 비켜주세요.”


“누구 마음대로?”


무심코 되묻는 유령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쩌렁쩌렁했습니다. 몸집은 아까의 2배, 아니 3배는 커져있었지요. 그는 오뚝이처럼 천천히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왼쪽으로 기울었다 하며 말습니다.


“아직 반 밖에 설명 못했단 말이에요. 다 들은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잖아요? 만약 제 말을 전부 들으신 뒤에도 모르겠다 하시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보내드릴... 어라?”


순간 뭔가 번쩍 하더니 누가 사우나 문을 열기라도 한 것처럼 뿌연 연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습니다. 연기가 걷혔을 땐 유령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지요.


대신 유령보다 훨씬 골치 아파 보이는 것들이 당도해 있었습니다!


-계속-

8-2.jpg

#여성서사 #여성주인공 #동화 #소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주운 사람이 임자(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