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짜리 마법사 레나르가, 마법 소금을 만들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레나르가는 속으로 한탄했습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집안을 둘러보았습니다. 낡은 솥과 이 빠진 나무 주걱, 재 투성이 아궁이,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마법 소금' 한 줌.
네, 그렇습니다. 레나르가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마법사'였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 한 올로 자신과 똑 닮은 분신을 만들어 내거나 손뼉을 쳐 5층 높이 돌탑을 뚝딱 지어 내는 그런 멋진 마법사를 상상하시면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저기 멍하니 앉아있는 마법사 레나르가는 마법공부와 담을 쌓은 빵점짜리 마법사였거든요!
“레나르가! 귀찮다고 주문을 반만 받아 적으면 어떡하니? 상반신만 물고기로 변해버렸잖아? 여러분! 물 가진 것 있으면 몽땅 가져와요! 이러다 레나르가가 질식하겠어!”
“아이고 레나르가! 비둘기 떼를 불러와야지 독수리 떼를 불러오면 어떡해? 아! 아야! 아야야야! 아야!”
“레나르가! 목이 마르다고 아무 물약이나 마시면 안 된다고 제가 몇 번 얘기했어요? 어머나, 이건 불꽃쾅쾅폭죽펑펑 물약이잖아요? 여러분! 당장 엎드리세요!”
이러니 레나르가가 마법학교를 졸업하던 날 전교의 선생님들이 한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죠.
그러나 이토록 한심한 마법사 레나르가도 죽어라 열심히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법 소금'을 만드는 일이었지요. 마법 소금이란 어떤 끔찍한 요리든 훌륭한 맛으로 탈바꿈 시키는 요술 소금이었습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던 레나르가는 유난히 초승달이 싱그럽게 빛나던 어느 날 밤,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내걸 만한 최고의 마법 소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기뻐서 포도주를 세 병이나 비우고 바닥에 대짜로 뻗어 잠들어 버렸답니다.
다음 날 동이 트자마자 레나르가는 마법 소금을 가지고 인근 마을의 시장으로 갔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내면 한시라도 빨리 남들 앞에 선보이고 싶잖아요?
시장에 도착한 레나르가는 ‘마법 소금 팝니다!’이라 쓰여 있는 팻말을 어설프게 걸어놓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마법 소금? 이게 뭐에요?"
사람들의 무관심과 비웃음에 차츰 지쳐갈 무렵, 키가 산처럼 큰 아주머니가 마법 소금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레나르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직접 만든 마법 소금입니다."
"어째서 이 소금을 마법 소금이라 부르는 거죠?"
"왜냐하면 정말 '마법'이 걸린 소금이니까요. 이 소금만 있으면 형편없는 음식도 껌뻑 죽을 만큼 맛있어진답니다."
"당신 설마 사기꾼은 아니겠죠? 난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고요. 마법 소금이라니, 그런 건 내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네요!"
"사기꾼이라니요! 제 구레나룻과 오른쪽 약지 손가락을 걸고 맹세합니다. 전 절대 사기꾼이 아닙니다!"
마법사가 구레나룻과 오른손 약지를 건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 이상으로 비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아주머니는 파르르 떠는 레나르가를 보고 껄껄 웃었습니다.
"하하하 참 희한한 농담도 다 있네! 거 두 되만 줘 보세요. 어디 그쪽 농담만큼 쓸모 있는 소금인가 두고 보겠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찢어지기라도 한 듯 폭포 같은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마법사라면 소나기 정도야 앞니를 딱딱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멈출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엉터리 마법사 레나르가는 소나기를 멈추려 할 때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의 집 지붕에 자꾸 벼락이 떨어졌기 때문에 시도할 엄두조차 못 냈습니다. 결국 집에 가는 내내 비를 쫄딱 맞은 레나르가는 감기에 걸려 장장 열흘을 앓아누웠습니다.
열흘 뒤 기운을 차린 레나르가는 다시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시장 입구에서 누군가가 발을 동동 구르며 시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살피고 있는 게 아닙니까.
자세히 보니 그건 열흘 전 마법의 소금을 사간 키 큰 아주머니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레나르가를 보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와 묵직한 돈주머니를 던지듯 건네더니 아직 지게에서 내리지도 않은 소금가마니를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그동안 왜 코빼기도 안보였어요? 기다리느라 혼났네! 오늘 가져온 소금 전부 주세요. 앞으로도 쭉 가지고 오는 족족 내가 다 살 테니 그렇게 아시고요. 그럼 잘 부탁해요!”
그때, 저만치서 웬 빨간 앞치마를 한 아주머니가 인파를 가르며 번개처럼 달려왔습니다. 앞치마를 한 아주머니는 소금가마니를 든 키 큰 아주머니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습니다.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비밀이 있었구먼! 역시 뒤를 밟길 잘 했어!"
-게속-
#여성서사 #여성주인공 #소설 #동화